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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68) - 내가 스타가 되면 너희는 재미없을 줄 알아

서석훈
  • 입력 2013.08.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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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내가 스타가 되면 너희는 재미없을 줄 알아


복권에 당첨된 꿈을 꾼 동영상 제작자가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영화배우 민아 양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애초부터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감독과 여배우, 이 둘은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계약관계로 시작해 영화의 완성을 기해가는 과정에서 공적으로 사적으로 교감을 갖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고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기도 하고 또 서로 상대의 위치를 자신의 몸값을 높이거나 명성을 높이는데 은연 중에 이용하는 그런 상부상조 관계라고 하겠다. 흔히 영화시상식을 보면 한 영화에 주어지는 주요상은 감독상이거나 작품상이거나 남우주연상이거나 여우주연상이거나 또는 남우조연상이거나 여우조연상 이렇게 되는데, 이 중에서 주연여배우는 다른 그 무엇보다 우선 자신이 상을 받았으면 하고 속으로 바란다고 어느 여배우를 통해서 들은 바가 있다. 그녀의 고백이 개인적인 거라 하다라도 어느 정도 여배우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 아니겠나 싶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더라도 자신이 상을 못 받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여배우들이 있다고 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녀들에겐 무엇보다도 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의미에서 상이 중요한 것이다. 심지어 `영화는 형편없는데 당신 하나만은 빛나더라`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을 아주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동영상 제작자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민아 양도 그렇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녀는 영화가 히트쳐 최고의 스타가 되는 것, 지금까지 그녀를 우습게 알고 심부름 시키고 함부로 만지려고 했던 별 꼴 같잖은 것들에게 찬란하게 복수하는 꿈을 언제나 꾸어왔다. 그녀는 그 여러 놈들 중에 몇몇 사람은 용서를 할 의향이 있었는데 그들을 용서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땐 항상 눈물이 나곤 했다. 그토록 감동적인 장면은 그녀가 찍은 영화에서도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용서를 미루고 몇몇 사람은 용서란 없다는 걸 단호하게 보여주면서 그들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걸 지켜볼 참이었다. 이런 그녀가 오늘 동영상 제작 이 사내에게도 그동안 섭섭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직은 그런 기색을 내비치는 건 성급한 거라 보았다. 아직은 이 자를 이용해 자신이 도약할 기회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서 자제력을 갖고 슬기롭게 오늘의 자리를 꾸려나갈 것을 다짐하며 이 자리에 나온 것이었다.
남자는 몇 년 사이에 많이 성숙해진 민아 양을 보는 순간 오늘은 왠지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나며 약간의 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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