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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67) - 최고의 열락은 상상에 있다

서석훈
  • 입력 2013.08.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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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최고의 열락은 상상에 있다


아무리 꿈이라 한들 복권 당첨되는 꿈을 지겹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복권에 당첨된 후의 자신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떠올리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실은 복권에 당첨된 거와 진배없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음식을 입으로만 먹나? 눈으로도 먹는 것이다. 여자를 눈으로만 보나? 상상으로도 얼마든지 보는 것이다. 오히려 더 잘 보이며 그 형체가 뚜렷한 양감을 드러내는 법이다. 향기를 코로만 맡나? 상상 속에서 천상의 향기를 맡는 법이다. 이러한 상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자는 인생을 반만 사는 자이요, 즐거움을 반만 아는 자라고 하겠다. 신이 주신 이 능력을 사용함으로써 누구 나 거지가 왕자가 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세상의 온갖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허황되다느니 `꿈꾸고 있네` 한다든지 심지어 `가여워라` 같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지껄이는 자야 말로 실로 가여운 자라 하겠다. 물론 꿈을 꾸되 현실에서도 많은 것을 누리면 복된 인생이라 하겠으나, 상상은 한계가 없으므로 역시 최고의 열락은 상상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니 복권에 당첨된 것과 진배없는 상상의 여행을 떠난 우리의 동영상 40대 남자는 이제 복권에 당첨된 자로서 신인여배우 미나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신인 여배우란 어디를 봐도 티가 나는 것이, 제법 경험이 쌓이거나 인기를 얻은 여배우들이 건방을 떨며 턱을 치켜드는 것과는 달리 `저기요, 저기` 하는 안타까운 손짓과 수줍음으로 한 마디라도 알아들으려는 자세를 취하니 좋은 길로 인도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하겠다. 미나의 경우는 약간 애매한 것이 신인여배우의 딱지를 떼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중견여배우나 인기여배우도 아니고 그 도정에 있는 여배우라 하겠다. 이런 경우 누가 어떻게 인도하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여배우의 인생이란, 돈, 인기, 명예, 이 세 가지를 축으로 돌고 도는 것으로 돈과 인기는 자주 붙어 다니지만 명예는 그렇지 않고 꾸준함 속에 축적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한 여배우라면 우선 인기가 급하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돈을 번다는 게 일반적인 코스였다.
민아는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그녀를 잊지 않고 불러준 동영상 제작자, 비록 인기와 명성이 드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감독에게 이 판에 일자리 하나를 얻어볼까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최대한 꾸미고 여기 나타난 것이었다. 머리와 목덜미에 뭘 뿌렸는지 세상 것이 아닌 듯한 향수 냄새가 멀리 퍼져나가고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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