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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신사(165)-스타가 되기 전에 엮어두는 게 필요해

서석훈
  • 입력 2013.07.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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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창(소설가, 시인)

스타가 되기 전에 엮어두는 게 필요해

복권 1등 당첨 후의 자신의 행적에 대해 갖은 상상을 다하고 있는 우리의 40대 동영상제작자 남자는 마침내 `미나`라는 신인 여배우와 저녁약속을 잡는 데까지 이르렀고, 이제 그녀를 만나러 약속장소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지하철 3번 출구라든가 엘지 편의점 앞이라든가 우리은행 정문 앞에서 보자는 등 그러한 약속은 사내들끼리 즉 만나자마자 한 잔 하러 가야 하는, 촌각을 다투는 사내들끼리, 혹은 찻값따위 아깝게 왜 낭비하느냐고 생각하는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끼리나 하는 것으로, 아무래도 예의를 지키거나 어느 정도 거리가 있거나 오랜만에 만나는 상대의 경우는 비록 급히 장소를 옮길 거라 하더라도 일단 찻집을 약속장소로 정하는 게 마땅하다 하겠다. 미나는 바로 세 번째 경우로 가깝다거나 멀다거나 하는 차원이 아니라 배우로서 영상예술을 완성하는데 힘을 보탠 여성이며 체불 출연료도 지금은 없는 경우라 하겠다. 그런데 그때는 주연 여배우가 있었고 조연 여배우도 있었으며 미나의 경우는 신인으로 감독이 그녀를 여자로까지 신경 쓰기에는 어려웠다고 보겠다. 그러나 알다시피 여배우의 성장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풋내기에 불과했던 소녀가 어느날 스타가 되어 만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충무로나 방속국이나 그녀를 못 잡아 안달이며 광고쪽에서도 발빠르게 섭외가 들어오는 것이다. 그때는 이미 그녀를 만난다는 건 난망한 일이 되고 만다. 직접 연락이 안 될 뿐더러 가족들조차 행방을 모르기 십상이며 오직 매니저만이 그녀의 일정을 꿰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배우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설령 기자로 사칭한다 하더라도 만나지 쉽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만난다 하더라도 `당신은 누구인가` 하는 표정과 맞닥뜨려야 할 것이다. 애써 상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도 그녀는 `아` 하고 `웬일이세요?" 그러고는 일정이 있어서 그만 자리를 뜨니 할 말이 있으면 매니저나 비서에게 남겨 놓으라고 할 것이다. 그땐 이미 후회해봤자 늦은 관계로 그 전에 이러한 싹수가 보이는 여배우는 친하게 지내는 게 필요하다. 나중에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되게끔 둘 사이의 스토리를 만드는 게 특히 중요하다 하겠다. 이렇게 되면 그녀는 나중에 그를 함부로 무시 못하게 되고 하자는 대로 끌려가게 마련이다.
따라서 미나라는 아이가 톱스타가 되기 전에 엮어두는 게 필요하며 설령 톱스타가 안 된다 하더라도 여성 편력을 하나 더 쌓는 게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사뭇 오늘의 만남이 기대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주머니엔 복권 당첨금 중 일부가 현금으로 두둑하게 들어 있었다. (다음 주에)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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