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궁벽(窮僻)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0.07.04 14: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벽(窮僻)
윤 한 로

쫄딱
망했구료

개꿈
한줄금 흐벅지게
꾸고 난 밤
깊푸른 하늘푸대기 속엔
오막살이 별
총총
맑구나
이슥토록
벼름박 진
곰보 지애비
낯짝

슬몃
비릿한 이슬 묻어
개꼬랭이나발 바람이
든다

시작 메모
용꿈도 아니고, 돼지꿈도 아니고, 똥꿈도 아닌 개꿈이라는 말이, 개꿈이라는 이미지가 참 좋다. 등줄기에 식은 땀 한줄기 흐벅지게 흘리면서 개꿈을 꾸고 난 밤, 때타고 해진 남루 같은 밤 하늘에 총총한 별들은 어떤 때 별보다 맑고 서글프다. 그리고 윗목엔 꿔다놓은 보릿자루 서말에 뿔뿔 기어나오는 잿빛 식솔, 저 쥐며느리들. 그런 밤 아버지는 궁벽에 겨운 머리를 시름없이 수수깡 흙벽에 기대셨다. 이 시를 쓰면서 ‘개꼬리 같은 조 이삭 세 줄기와 닭 창자같이 비틀어진 고추 한 꿰미’가 모두인 다산 정약용 시 ‘적성촌 마을’을 다시 느끼게 됐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