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쫄딱
망했구료
개꿈
한줄금 흐벅지게
꾸고 난 밤
깊푸른 하늘푸대기 속엔
오막살이 별
총총
맑구나
이슥토록
벼름박 진
곰보 지애비
낯짝
슬몃
비릿한 이슬 묻어
개꼬랭이나발 바람이
든다
시작 메모
용꿈도 아니고, 돼지꿈도 아니고, 똥꿈도 아닌 개꿈이라는 말이, 개꿈이라는 이미지가 참 좋다. 등줄기에 식은 땀 한줄기 흐벅지게 흘리면서 개꿈을 꾸고 난 밤, 때타고 해진 남루 같은 밤 하늘에 총총한 별들은 어떤 때 별보다 맑고 서글프다. 그리고 윗목엔 꿔다놓은 보릿자루 서말에 뿔뿔 기어나오는 잿빛 식솔, 저 쥐며느리들. 그런 밤 아버지는 궁벽에 겨운 머리를 시름없이 수수깡 흙벽에 기대셨다. 이 시를 쓰면서 ‘개꼬리 같은 조 이삭 세 줄기와 닭 창자같이 비틀어진 고추 한 꿰미’가 모두인 다산 정약용 시 ‘적성촌 마을’을 다시 느끼게 됐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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