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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詩) 민들레

서석훈
  • 입력 2013.06.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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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윤 한 로


가냥 두었더니
골대 뒤쪽까지
죄 짓쳐왔네
시퍼런 잎 곤두세우곤
이것들이,
내 어렸을 적 촌충처럼 샛노래라
애기똥풀꽃
엉거주춤
두 손가락 가만
집어보네


시작 메모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갑갑해서 한두 번 야외 수업을 한다. 민들레들이 야산 언덕바지서 강당 옆댕이로, 운동장 축구 골대 골키퍼 자리까지 욱대기며 피어났다. 시퍼런 창 같은, 톱 같은, 칼 같은 이파리들 치마처럼 두르고, 샛노랑 꽃 한 송이씩 쑥, 찌그린 게 앳되다. 나한테 샛노랑은 다 촌충 빛깔이다. 어렸을 적 촌충을 가진 나는 얼마나 아프고 조용했던가. 이 민들레를 자꾸 애기똥풀로 잘못 안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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