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 로
확 구겨버리지 말자
아주 짧게 한두 줄
별, 꿈, 바람, 벌, 호박, 그리움
그런 한물 간 구닥다리
옛날 시 쓰리
점심 먹고는,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먹고는
내 영혼 하냥 종이컵에 머물웨라
이제 떠들썩한 곳 싫어
나는야 조용한 종이컵 시인
밑동에는 오늘 날짜도 쓰고
윤◯로, 외로운 내 이름 석 자도 쓰고
아무도 읽지 않네요
그리하여 내 영혼 아스라이
별처럼 구름처럼 흘러
끽, 역전 벤치 위
뉘렇고 짠 손
한번은 맑게 읽히리
‘무신 무신 눔’ 소리 들어가며
나는야
종이컵 시인입네
시작 메모
행정도 잘 하고 사무도 잘 보고 제때제때 전화도 잘 받고 꼬박꼬박 교육도 받고 회의도 나가고 지각도 안 하고, 조용히 국으로 엎뎌 있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커피를 마실 때마다 종이컵에 시를 쓰고 싶어졌다. 빈 종이컵 껍데기에 고달픈 내 영혼 담아 한두 줄 시로 써서, 바람에 구름에 흘려보내고 싶었다. 어디 노숙자 영감 하나 내 영혼 주워 들곤 맑은 욕 한마디 하거나 말거나.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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