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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알밤 익는 소리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09.0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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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익는 소리>

속으로 속으로 익어가는 당신을 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고요히 낮은 곳으로 흐르고 또 흘러 
드넓은 바다에 이르는 강물처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당신을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납니다 
겉만 보고 속을 단정하는 무례가 일반화 된 세상
속을 보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겉만 보고 거짓을 말하는 것이 인정되는 시절
허공을 떠도는 악마의 말들이 단정의 칼이 되어
정의의 가슴을 마구 도려냅니다 
쓸쓸한 당신의 걸음 속에 안타까움이 배어들고
정의의 길이라면 그래도 가야한다며
뚜벅뚜벅 걷는 당신의 발자국 위로
불의의 총알이 수없이 쏟아집니다
정의는 칼에 베어도 죽지 않습니다 
총에 맞아도 살아납니다 
여름을 버리고 가을로 달려가는 시간
참 예쁜 계절이 왔습니다 
알밤 익어가는 9월이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알밤 익는 소리가 
악마의 칼질과 불의의 총질을 무찌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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