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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20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8.16 17:41
  • 수정 2019.09.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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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포스터 ‘스와니강’

스와니 江가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스티븐 포스타의 허리춤에는 먹다 남은
술병이 매달리어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는
앞서 가고 있었다

영원한 江가
그리운
스티븐

-김종삼 ‘스와니 江’ 전문

▲만토바니 악단이 연주하는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와 미국 민요 음반. ⓒ박시우
▲만토바니 악단이 연주하는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와 미국 민요 음반. ⓒ박시우

동아일보 1973년 7월 7일자 신문에 발표한 시입니다. 김종삼은 서양 고전음악 못지않게 미국 민요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포스터 민요에는 흑인 노예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데다가 빈곤과 고독 속에서 3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포스터의 생애가 김종삼의 감성을 사로잡았을 겁니다.

김종삼은 사춘기 때 포스터의 노래를 듣고 짙은 감상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습작도 이 무렵부터 했습니다. 가당찮은 요구만 하는 아버지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불쌍한 어머니를 보면 학교도 의미 없고 집은 더욱 싫고 하던 울분을 삭이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합니다.

김종삼은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포스터의 노래는 작사가 조금 유치하지만, 곡은 참으로 좋다”며 “우주선 제조본부인 휴스턴보다도 위대하다“고 강조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하는 김종삼은 그립다거나 슬프다거나 운다든가 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완전히 떠나는 평정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스와니강’은 개인적으로 합창보다는 만토바니 악단의 편곡을 좋아합니다. 만토바니는 현악기를 뛰어나게 조율한 지휘자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선율이 매력입니다. 60~70년대 폴모리아 악단과 쌍벽을 이루었는데, 만토바니는 클래식 소품을 자주 편곡해 때로는 원곡보다 더 진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 음반은 데카 레이블 LP로 스티븐 포스터의 노래와 미국 민요들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데카는 LP로만 제작하고 손을 놓았습니다. 주옥같은 이 음반이 LP 표지를 살려 CD로 재발매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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