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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2.02.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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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윤 한 로

봄방학 국민학교
비리직직 개오동 담벼락

고추장 벌거지
똥자루 혼자 외로워라

대낮 파랗게 걷힌 하늘에
낫 같은 달 부끄럼
어얄래,

뱃속 깊이 삼켜선
졸졸 흘리고파

어렸을 적 맡겼던
청성 작은집

덜컹덜컹 삼륜차 타고
한참을 흘러들어갔지






시작 메모
심천, 영동, 무주 이런 데서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던 아버지가 산판에 손을 댔는데 그게 갑자기 오일육 나고 세상이 바뀌면서 망하고 말았다. 집은 결딴이 났다. 어머니는 영동 역에 나가 사과, 조기 장수를 하고 백수가 된 아버지는 들어앉아 누나가 길에 나가 꽁초를 주워다 주면 그거나 피우면서 시간을 겪었다. 마침내 식구들은 뿔뿔이 찢어졌고 나는 청산 청성 작은집으로 갔다. 거기서 생판 처음 보는 사촌 형, 누나, 동생들과 섞여서 살았는데 어리고 워낙 숫기가 없어 무척 견디기가 어려웠다. 노상 혼자 있을 때가 많았고 밥 먹을 때마다 후딱 먹어치우려고 고추장에 비벼 먹다보니 고추장 벌레가 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모두가 아름답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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