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가슴 아픈 사연들 젖은 바람에 묻어 오면
고개 넘던 구름 능선에 걸려 울고
사방에서 전해오는 우울한 소식
눈 씻고 귀 닦아도
보이는 것은 어두운 그림자
들리는 것은 어지러운 관계
사소한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중요성만 부풀어오르고
정신의 황폐는 더욱 부추겨지는 세상
쓸데없는 비밀들이 속삭이며 음모를 꾸미면
덜거덕 삐그덕거리는 억울한 인생
저 고개 언제나 넘나 바라만 봐도 숨찰 때
산맥 넘어 오는 우렁찬 기적소리
언제까지 피해자일 수만 없다
울부짖는 함성 울려퍼지면
구름처럼 모여드는 역사의 정의 앞에
가해를 거듭하며 정당화하는 세력들
구름처럼 흩어져 흔적없이 사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