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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프리뷰: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관현악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06 08:22
  • 수정 2019.08.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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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8일 수요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어디로 가면 될까? 누구에게나 어떤 경우가 되었든 첫 경험은 잊을 수 없다. 더더군다나 음악은 제일 처음에 듣고 본 공연이나 연주가 깊이 각인되어 평생을 가고 또 그때 받은 감동을 계기로 음악 애호가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흔하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여럿이고 미적, 예술적 감지는 어렵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이 되고 명성이 자자한 조성진의 쇼팽 연주가 무명의 한국 피아니스트에 비해 훌륭할 것이라고 인지하게 된다. 또 사실 클래식 음악 자체가 명품이니 거기에 상응하는 명연주가 아니면 제대로 진가를 발휘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클래식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자신 있게 권유한다. 학교를 가보라고! 학생들의 연주를 들어보라고! 

8월28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관현악 정기연주회 정식 포스터
8월28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관현악 정기연주회 정식 포스터

 학교는 모든 조건들이 갖춰져 있는 천혜의 환경이다. 일단 인적자원이 너무나 풍부하다. 재학생만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졸업생들도 기꺼이 같이 연주하고 협조한다. 음악대학 재학생들이 입시생과 더불어 대한민국 음악 전공자 중에서 자의반 타의 반 연습을 가장 많이 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오페라나 학교 오케스트라의 정식 공연은 첫 경험이나 매한가지이니 의욕이 불타고 진취적이며 하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들을 묶을 수 있는 구심점인 교수들이 있으니 언제든지 지도하고 보완하면서 사제 간에 완벽한 하모니와 최상의 연주를 과시할 수 있다.

 둘째, 연습 공간과 환경이 완벽하다. 민간 오페라단, 사제 앙상블이나 협주단 등 모든 음악인들에게는 연습실이 필수지만 그림의 떡이다. 임대나 장만을 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돈이 필요하고 열약한 음악인 주머니 사정으론 쉽지 않다. 더군다나 오케스트라나 오페라같이 다수가 들어가야 하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만 학교는 연습실, 합주실 등이 갖춰져 있고 전문홀도 있으니 공간적인 문제에선 자유롭다. 또한 연습할 의지만 있으면 24시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셋째. 시간적 제약을 가급적 덜 받는다. 우리 모두 다 한 번씩 겪은 경험이 있다. 학창시절 운동회나 기관이나 회사에서의 체육대회 준비 등 행사 사전 예행연습 시 부족하다 하면 수업이나 일과 시간 외에도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습했다. 필자의 군악대 시절은 행사나 측정이 있으면 일과시간 넘겨서까지 연습하는 건 다반사였고 단체생활 특성상 내가 잘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옆의 동료를 위해 같이 호흡을 맞춰주고 연마하면서 집단 향상을 위해 날 희생해야 했다. 연영과나 뮤지컬학과 등에서는 철야는 기본이다. 민간단체나 기성 연주자들은 이런 식의 연습과 동원은 불가능하다. 요즘은 비 민주적이고 반 인권적이라 하여 많이 줄이고 약화되었고 모 대학교에서는 수업 시간 외의 오케스트라 연습 시는 학생회에서 따로 인센티브나 학점 등의 가산점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지만 학교라서 그나마 가능하다. 생계, 레슨, 바쁜 스케줄로 짜여 있는 기성음악인들에게 정해진 연습 시간 외의 시간을 요구하거나 합숙은 불가능하다. 이미 짜인 연습 시간이라도 잘 준수하면 그저 고맙고 다행이다.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관현악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과 출연진
2019 선화예술고등학교 관현악 정기연주회의 프로그램과 출연진

 학교에서 주최하는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는 위의 장점들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최고의 볼거리와 연주력을 과시한다. 젊음과 노련미, 패기와 경험, 신구 조화를 이루어 열약한 민간단체의 공연이나 리허설이 한정적이고 다른 연주 스케줄이 많은 국공립이나 민간 예술단들 그리고 한번 연주회도 버거워하는 일반 연주자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명문 선화예술고등학교의 2019년 관현악 정기연주회는 합주 시간뿐만 아니라 여름방학도 반납한 채 많은 시간과 열정을 연습을 다한 2학년 관현악단 학생들과 4명의 협연자들이 한데 어울려 풍성한 하모니와 감동을 선사할 거라 믿는다.

 이날의 공연은 학생들에게 분명 좋은 기회이자 잊지 못할 추억이며 앞으로 음악가로서 성장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 롯데콘서트홀이라는 전문 클래식 홀에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를 연주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과 자랑이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일단 선화예술고등학교니 가능했고 학교라는 특수하고 모든 인프라가 갖추워진 환경이니 할 수 있었다. 선화예고 학생이니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었을 하나의 감사한 혜택일 뿐 우월감은 금물이다. 졸업하고 유학까지 갔다 와 기성음악가로 활동하게 되면 지금의 순간이 얼마나 큰 자양분이며 꿈같은 시간이었는지 알 것이다. 지금 내가 협연자가 아니고 단원이라고 실망할 필요 하나 없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겉멋 빼고 학생으로서의 기초를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감성과 이성, 육체와 영혼이 조화를 이룬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영위이다. 경쟁과 성공의 수단이 아닌 더불어 하는 유희이자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교양으로서 인문학의 한 방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래서 예술 학교에서의 진정한 목표가 예술 관련 명문 대학 진학이라는 기존의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 예술을 통한 영육 간의 조화를 꾀한 지덕체를 갖춘 인간상의 구현으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라는 명제로 가치와 목표를 이동해야 한다.

이날 공연은 내가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같이 하는 것이고 우리의 협동과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희생하신 부모님, 스승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거다. 그래서 공연 자체가 감사와 축복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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