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이 없는 곳에서도 피는 꽃>
노목마을을 지나가는 수로 한가운데
백일홍 한 무더기 만발했다
씻기고 떠내려가
흙 한 줌 없는 시멘트 수로에
어떻게 뿌리 내렸을까
생존을 허락하지 않는 환경
그래도 살아남는 기적
흙이 없어도 살자고 버티는 의지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는 생명
그 신비를 바라보는 눈 길 위로
한여름 뙤약볕 쏟아지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더욱 못살게 구는 전쟁 한 복판
다시는 지지않으리라
다시는 빼앗기지 않으리라
오욕의 역사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결의 다지며 짱돌 움켜쥔 주먹 사이로
주룩주룩 땀방울 흘러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