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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46, 나는 43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8.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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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 만난 분들 같은데 서로 나이를 들먹인다. 한분이 먼저 기세등등하면서 "난 46년생"이라고 일갈을 하자 상대방이 슬며시 미소를 짓고 가소로운 눈빛을 보낸다. 목소리도 크지 않게 "난 43"이라고 가볍게 웃자 그전까지 당연히 상대방보다 나이가 많을거라 여긴 46년생 어르신의 기세가 눈에 띄게 누그러든다. 그러면서 대번에 "형님"이라는 호칭이 나온다. 맞으편에서 뭔일인가 하고 쳐다보던 난 속으로 웃음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43년생도 아니요 46년생도 아닌 구상유취 40대가 감히 낄 자리가 아니다.

 

 유난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나이와 서열에 민감하다. 이게 유교의 영향이네 군사독재시대의 잔재라고 원인을 따지지만 확실히 우리 말 자체부터 상대를 나누는 구조이다. 한국어 문체부터 높임말부터 반말,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 등등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의 나이 문화는 한국 고유의 요소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나이가 1~2세 차이 난다고 언니, 형, 오빠, 누나 등의 호칭으로 달리 부르고 존대와 반말로 언어 형태까지 바뀌는 개념은 거의 없다. 과거 한국에서도 약간의 나이 차이에는 크게 상관 없이 벗으로 사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위아래 여덟 살까지 벗으로 사귄다는 '상팔하팔'이란 말도 있고 오성과 한음도 5살 차이지만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지 않은가! 이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의 기수제 문화와 해방 이후의 군대식 문화가 7~80년대 이후 주민등록체계의 정비 등과 함께 만 나이 사용을 기피하고 관습적으로 너무나 깊게 뿌리내려 버린 세는 나이 사용과 함께 더욱 더 한국인에게 뿌리 박혀 버렸다. 나이 말고도 학교의 학년, 친척이나 가문의 항렬, 군대의 계급, 회사나 사회생활에서의 직급, 대학의 선후배 등등 우리 사회는 너무나 가지각색의 요소들로 분리시켜 놓아 단합을 방해한다.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한 긴급국무회의, 사진갈무리: SBS 라이브 방송, 청와대 여민관 국무회의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한 긴급국무회의, 사진갈무리: SBS 라이브 방송, 청와대 여민관 국무회의

 서열과 기수제 문화에서 일본을 언급 안 할 수 없다. 이런 독버섯 같은 나쁜 요소들의 일본을 통해 더욱 심화되어 유입되었을 정도로 일본은 서열 문화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공서열제, 집단적 관료제 등의 과장, 부장 식의 문화의 본고장이 일본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남녀노소, 종교, 정치적 사상 등 모든걸 초월하여 한국인이라면 한국인으로서 대동단결하여야 한다. 이제는 한일전 축구하는데 일본편 드는 자는 이유 불문하고 용납할 수 없는 거과 똑같은 논리다. 신흥무관학교의 교가이기도 했던 우리 국군의 뿌리인 광복군의 노래 <독립군가>가 안익태의 애국가 대신 현재의 애국가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 곡 역시 원천은 미군이 남북전쟁 당시 불렀던 노래에 개사를 한 것이지만 20세기 초반의 상황을 고려하면 스코틀랜드의 민요인 <올드랭사인>이 임시정부 애국가로 쓰였던 것과 같다. 적어도 일본에 붙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비겁한 민족배반자 집단의 부역은 아니다. 이리저리 나누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대한민국 전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항상 그래왔듯이 역경을 도약의 기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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