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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다시 문학을 위하여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07.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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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학을 위하여>

인덕원에 있는 제주흑돼지 전문점 돈사돈에서
버얼건 연탄불에 먹음직스런 오겹살을 구우며
그가 울부짖었다
문학은 죽었어 문학의 시대는 갔어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한탄이 
뜨거운 연탄불 위에서 두 번 죽을 때
새로 나온 도수 낮은 소주 
잔은 더 빨리 비워지고
취하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데
그의 목소리는 아주 빠르게 탁해지고 있었다
시를 우습게 알고 소설을 읽지 않는 시대
죽은 사회에서 우리는 무얼하나
분노의 잔과 잔이 부딪치고
핏대 높이는 목소리에 놀라
연탄불 더 붉게 타오를 때
어디 문학이 시와 소설 뿐이더냐
밥딜런도 노벨문학상 받았는데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는 문인도 있지않은가
값지기로야 받아줘서 고마운 언저리문학상이 훨씬 낫지
버티고 살아내는 것 자체가 문학아니냐
등단한 사람만이 문학인이냐
등단하지 않고 글 잘쓰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등단 심사하는 사람 자체가 함량 미달인데
등단한 것이 뭐그리 대단한 일이냐
문학에 경계가 어디 있느냐
치열하게 쓰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다시 문학을 위하여 건배를 외칠 때
새로 나온 소주병은 어느새 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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