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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행운목에 핀 꽃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05.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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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에 핀 꽃>

"회사가 잘되려나봐요"
직원의 달뜬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다
"행운목에 꽃이 피었어요"
더 낭랑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20년 넘게 사무실에서 행운목을 키웠지만 꽃이 핀 건 처음이다
처음 보는 현상이 나타나면 순간 당황한다
그 다음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어! 정말?"
나도 몰래 기쁨의 감탄사가 나왔다
"회사가 잘되려나보네"
말을 뱉어놓고 회사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회사=자본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리곤 자본의 모순과 착취와 계급에 대해 배우고 공부했다
그런데 현실은 모순과 착취와 계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타래처럼 엉키고 설킨 관계와 관계로 이어지고
개인 회사와 자영업이 수도없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이 자본가인 동시에 노동자다
사회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행운목에 핀 꽃을 바라보며 회사가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직원과 나는 계급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이어지는 공동체로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회사가 잘되는 것 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회사는 개인을 존재하게 하는 곳이다
개인은 회사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린다
가정이 안정되면 회사가 잘된다
회사가 잘되면 사회가 안정된다
사회가 안정되면 국가가 발전한다
그깟 행운목에 꽃 한송이 핀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 있을까
그러나 직원과 나는 처음 보는 신비로운 꽃 앞에서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가슴 벅찬 행운을 노래했다 
고마운 행운목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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