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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김종삼 시인의 드빗시 山莊 11

박시우 시인
  • 입력 2019.05.28 17:24
  • 수정 2019.09.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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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가 흐르는 ‘꿈속의 나라’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제5번. ⓒ박시우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제5번. ⓒ박시우

 

한 귀퉁이

꿈나라의 나라

한 귀퉁이

나도향

한하운 씨가

꿈속의 나라에서

뜬구름 위에선

꽃들이 만발한 한 귀퉁이에선

지그믄트 프로이트가

구스타포 말러가

말을 주고받다가

부서지다가

영롱한 날빛으로 바뀌어지다가

-김종삼 ‘꿈속의 나라’ 전문

구스타프 말러는 죽기 1년 전인 1910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를 만납니다. 평생 이방인으로 살아온 절망감, 수시로 엄습해오는 심장병과 죽음의 공포, 어린 딸의 죽음, 19살이나 어린 젊고 아름다운 아내 알마에 대한 집착 등이 말러를 괴롭혔습니다.

말러는 프로이트에게 깊은 비극과 가벼운 즐거움이 서로 뗄 수 없이 각인되어 한쪽 정서가 반드시 반대쪽 정서를 동반하게 된다는 심리 상태를 설명합니다. 프로이트는 말러와 함께 산책하며 콤플렉스에 대해 몇 마디 조언해줍니다.

『현대문학』 1976년 11월에 발표된 김종삼의 시 '꿈속의 나라'에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말러는 프로이트 박사와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뉴욕과 빈을 오가며 말년의 음악 활동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도서출판 북치는소년이 펴낸 김종삼정집.
▲도서출판 북치는소년이 펴낸 김종삼정집.

지난 2016년 3월 제1회 종삼음악회에서 김종삼 시인의 아내 정귀례 여사님은 "그 양반이 저이(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이 음악(말러 교향곡 5번)을 무척 좋아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남편이 좋아하고 즐겨 들었던 음반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떠올랐던 모양입니다. 정귀례 여사님은 안타깝게도 올 3월에 돌아가셨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디지에토’는 말러 음악 중 가장 대중적으로 친숙한 작품입니다. 알마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이라 서정적이고 매혹적입니다. ‘꿈속의 나라’이자 ‘꽃들이 만발한 꿈나라의 나라’에서나 들을 수 있는 천상의 선율이 흐릅니다. 김종삼은 이런 나라 한 귀퉁이에서 20대에 요절한 소설가 나도향과 한센병 시인 한하운도 만납니다.

말러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브루노 발터 지휘와 뉴욕필 연주입니다. 발터는 말러 음악 무대에 설 때마다 스승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지휘를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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