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허물을 벗는구나>
낼름거리는 혀 치켜드는 대가리
표독스런 뱀만 허물을 벗는 줄 알았네
껍질을 버리고 성장하는 뱀처럼
나무도 허물을 벗는줄 미쳐 몰랐네
동그랗게 동그랗게 나이 먹을 때마다
행여 남들이 볼까 부끄러워
속으로 속으로만 나이 먹는 애타는 심정
안에서 안으로 옹골차게 단단해진 뒤
비로소 밖으로 얼굴 내미는 새잎
도대체 희망이 있을까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하늘하늘 꿈을 머금고
우렁차게 잎을 키워 그늘 만들면
비로서 모여드는 인간들
허물 벗지 못한 수많은 발자국이 서성일 때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모든 것 내어주고 가진 것 하나 없을지라도
푸짐한 그늘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 하나
소중히 간직하는 나무 한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