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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나무도 허물을 벗는구나

김문영 글지
  • 입력 2019.05.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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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허물을 벗는구나>

 

낼름거리는 혀 치켜드는 대가리

표독스런 뱀만 허물을 벗는 줄 알았네

껍질을 버리고 성장하는 뱀처럼

나무도 허물을 벗는줄 미쳐 몰랐네

동그랗게 동그랗게 나이 먹을 때마다

행여 남들이 볼까 부끄러워

속으로 속으로만 나이 먹는 애타는 심정

안에서 안으로 옹골차게 단단해진 뒤

비로소 밖으로 얼굴 내미는 새잎

도대체 희망이 있을까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하늘하늘 꿈을 머금고

우렁차게 잎을 키워 그늘 만들면

비로서 모여드는 인간들

허물 벗지 못한 수많은 발자국이 서성일 때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모든 것 내어주고 가진 것 하나 없을지라도

푸짐한 그늘 만들었던 행복한 기억 하나

소중히 간직하는 나무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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