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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케기행 25 ] 총누리의 삼촌 앙 다와 셰르파

김홍성 시인
  • 입력 2019.05.06 05:56
  • 수정 2019.09.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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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털 파카, 오리털 침낭 등 '새털같이 가벼운 것들'만 들어있는 우리의 배낭은 부피만 컸지 무게는 별 것 아닌데 비해 앙 다와에게 맡길 배낭의 부피는 우리와 같을지언정 무게는 두 배가 넘었다.

앙 다와 씨가 버스의 지붕에 올라가 배낭을 내리고 있다.
앙 다와 씨가 버스의 지붕에 올라가 배낭을 내리고 있다.

 

새벽 4시에 배낭을 꾸렸다. 우리가 꾸린 배낭은 모두 세 개. 두 개는 김 선생과 내가 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길동무 앙 다와 셰르파가 멜 것이다. 오리털 파카, 오리털 침낭 등 '새털같이 가벼운 것들'만 들어있는 우리의 배낭은 부피만 컸지 무게는 별 것 아닌데 비해 앙 다와에게 맡길 배낭의 부피는 우리와 같을지언정 무게는 두 배가 넘었다.

 

앙 다와의 배낭에는 김 선생과 내가 함께 쓸 꽤 많은 배터리들과 비상식량 등 무거운 것만 골라 담았을 뿐만 아니라 타멜에서 구입한 2인용 텐트까지 매달려 있었다. 내가 메 보니 어깨를 누르며 매달리는 중량이 최소한 20 킬로그램은 될 것 같았다.

 

애당초 우리의 계획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행장을 꾸려서 우리가 직접 짊어지고 걷는다는 것이었다. 힘들면 힘든대로 세월아 네월아 쉬엄쉬엄 걸으면 되지 않겠냐는 발상이었다.

 

현지인을 고용하면 하루하루 나가는 인건비가 아까워서 경치 좋고 인심 좋은 동네를 만나도 며칠 푹 쉴 엄두가 안 난다는 것도 그 이유였다. 게다가 나는 지난봄에 이미 2주간에 걸친 피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눈이 올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해발 4천 미터 가량의 피케 고원 지대에는 빠르면 10 월 하순, 또는 11월 초순에도 큰 눈이 올 가능성이 있었다.

 

피케 언저리는 행인이 뜸한 지역이어서 눈이 오면 길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불안했다. 나는 그렇다 쳐도 김 선생은 초보자였기에 불안했다. 결국 빌라에베레스트의 앙 도로지 씨를 통해 지난 봄 순례를 같이 한 총누리를 수배했다. 총누리는 이미 다른 곳으로 트레킹을 떠난 후였다. 앙 도로지 씨는 총누리 대신 총누리의 삼촌인 앙 다와 셰르파를 소개했다.

 

앙 다와 셰르파가 빠뿌레의 집에서 피케쪽으로 상당히 올라간 곳에 있는 농막에서 닭을 요리하기 위해 마늘을 기름에 볶고 있다. 뒤에 보이는 어린이들은 앙 다와의 자녀들과 이웃 사람들.
앙 다와 셰르파가 마이다네의 농막에서 닭을 요리하기 위해 마늘을 기름에 볶고 있다.  

 

 

뼈대는 굵지만 몸매는 날씬한 올해 40세의 기혼자인 그는 산악잡지 편집장이었던 P씨와 콧날과 눈매마저 아주 닮아서 친근감이 들었다. 지난봄에 그는 나를 빠쁘레 마을의 앙도로지 씨 옛집에서 총누리, 앙 까미 등과 함께 봤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내가 무척 취해 있을 때 그 집을 다녀간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김 선생과 내가 양심의 가책으로 찝찝해 하며 앙 다와에게 맡길 배낭을 들었다 놨다 해 보는 중에 창밖에서 손뼉 치는 소리가 났다. 벌써 왔나 싶어서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앙 다와 셰르파와 그의 조카 앙 까미 셰르파였다. 앙 까미 셰르파는 우리를 시외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러 왔다고 했지만 우리와 일행이 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우리가 타멜의 게스트 하우스를 나와 어둑한 새벽길을 걸어서 푸라노 버스 파크(옛날 버스 종점)에 도착한 시각은 5시였으며, 버스가 지리를 향해 출발한 시각은 6시였다. 그 사이에 종점 주변의 어느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차도 마시고 삶은 계란과 콩 조림을 먹었다. 뒤 마려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공중변소도 다녀왔다. <계속> 

도보여행 떠나기 전날 저녁, 카트만두 터히티 골목의 식당 '작은별'에서 앙 다와 셰르파와 그의 조카 두 명과 뚱바를 마셨다. 조카 두 명중 한 명은 지난 봄 총누리와 내가 앙 도로지 씨의 고향 빠뿌레에 들렀을 때 만난 적이 있는   셰르파이다. 나머지 한 명은 빌라 에베레스트의 지배인.
도보여행 떠나기 전날 저녁, 카트만두 터히티 골목의 식당 '작은별'에서 앙 다와 셰르파(필자 오른쪽)와 그의 조카 두 명과 뚱바를 마셨다. 조카 두 명중 한 명(앙 다와의 오른쪽)은 지난 봄 총누리와 내가 앙 도로지 씨의 고향 빠뿌레에 들렀을 때 만난 적이 있는 앙 까미 셰르파이다. 나머지 한 명(필자 앞)은 당시 빌라에베레스트의 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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