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가곡 ‘바위 위의 목동’
“아버지, 왜 그래?” “응,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래.”
김종삼 시인은 어느 봄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풍에 따라갔습니다. 종삼은 딸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어린 딸이 여기저기 찾아 헤맨 끝에 언덕에서 잠들어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가슴팍에는 큼지막한 돌 하나가 얹어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딸이 물었습니다.
“아버지, 왜 그래?”
“응,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래.”
종삼이 큰딸의 소풍에 따라가서 하늘로 날아 갈까봐 가슴팍에 돌을 올려놓고 잠들었던 일화입니다. 종삼의 장녀에 따르면, 당시 소풍 장소는 바위가 많은 수락산이었다고 합니다. 조용히 산길을 걷는 것을 좋아했던 종삼은 가깝게는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을, 좀 멀리는 소요산을 자주 갔다고 합니다.
김종삼 시인의 이 일화를 생각하면 슈베르트의 가곡 가 죽기 직전에 작곡한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이 떠오릅니다. 슈베르트가 죽기 한 달 전에 작곡한 이 가곡은 개별 작품 중 가장 긴 12분에 달합니다. 이 곡은 또 피아노 반주에 클라리넷을 추가한 독특한 악기 구성과 클라리넷의 긴 서주가 무척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가사는 슈베르트와 동시대를 살았던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의 가사도 뮐러의 시입니다. 쓸쓸하고 아름다운 ‘바위 위의 목동’ 마지막 가사는 슈베르트의 방랑 인생과 김종삼의 외로운 삶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 들을 때마다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봄이 왔다.
나의 기쁨인 봄.
이제 여행을 가야지.‘
소프라노 엘리 아멜링과 외르크 데무스(피아노), 한스 다인처(클라리넷)의 반주입니다. 여러 가수의 노래를 들어봤지만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옅은 우수를 풍기는 분위기는 아멜링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