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것이알고싶다, 여청단, "알고보니 밤의 황제?"

이원정
  • 입력 2019.02.16 23: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피아] 이원정 기자= SBS 대표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찾아 집중 취재 재조명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의혹 투성이 단체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과 단장 신 씨에 대한 진실을 추적해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밤의 대통령과 검은 마스크-공익단체인가 범죄조직인가?'라는 부제로 비영리민간단체의 탈을 쓰고 각종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단체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과 '밤의 황제'라 불리는 그들의 단장, 신 씨에 대한 의혹을 파헤쳤다.

3년 전, 천안의 유흥가에는 성매매업소에 '손님'으로 가장해서 들어간 후 신고를 하고 사라진다는 청년들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석 달 간 천안 지역 신고 실적만 70여 건. 천만 원이 넘는 자비를 들여가며 수도권과 충청지역 불법 성매매 업주들의 넋을 놓게 만든 이들의 정체는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일명 '여청단'이라 불리는 비영리민간단체의 단원들이었다.

여청단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일에 벌인 피켓시위에서였다. 뒤이어 이들은 혜화역 삭발시위와 수원역 거리정화 봉사활동 등을 이어갔고 '미투더넥스트'라는 앱과 SNS 계정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성매매 산업을 뿌리 뽑고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외치는, 일견 페미니즘 단체로 보이는 이들의 행보였다.

모든 구성원들이 남성으로 이루어진 단체,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 이들은 지난해 11월, 모든 공식절차를 거친 뒤 경기도청의 승인을 받아 비영리민간단체로 정식등록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러 언론사에 익명의 투서가 전달됐다. 그 내용은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이라는 단체의 목적이 이름과는 달리,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전국의 성매매업소를 장악하려는 범죄단체이며, 그 배후에는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우두머리 신 모씨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신 씨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한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여청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신 씨가 사실은 성매매알선 전과를 가지고 있으며, 제보자를 불러 유흥업소 살생부 작성과 여청단 입단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근절과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단체의 수장에 대한 제보로는 차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뒤이어 만난 또 다른 제보자의 주장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신 씨가 자신에게 마약을 먹인 뒤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신고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체포에서도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풀려난 신 씨는 고급 외제차까지 끌고 보란 듯이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이들이 겪었다는 일들의 녹음파일을 입수할 수 있었다.

제보자들이 언급한 신 씨의 죄목은 강간, 마약, 협박, 강요, 범죄조직결성 혐의 등 많다. 제작진은 신 씨와 연락이 닿아 얼굴을 가리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신 씨는 피해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마약 혐의는 오히려 자신이 당한 모함이고, 강압적으로 돈을 받은 일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비록 전과는 있지만, 형을 살고 나와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단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제작진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유흥탐정' 사건으로 알려진 성매수 남성 데이터베이스를 자신이 여청단 활동을 하면서 확보했는데, 그 수가 무려 13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자신은 여청단 일을 하면서 결식아동을 위해 1조원을 모으겠다고도 했다.

신 씨는 "1조를 만드는 게 비현실적이다? 불가능하다? 가능해요. 대한민국의 성매수자 데이터베이스를 다 얻게 된다면...안 되면 1300만 개 오픈하죠 뭐. 대한민국, 제가 볼 적엔 마약까진 모르겠지만 섹스공화국이라고 저는 확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2018년에 열린 여성청소년 성매매 근절단의 임시총회 명단을 입수했다. 그 문건에는 전과자인 신 씨 이외에도 성매매 업소 운영 의혹이 있는 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단체가 어떻게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될 수 있었을지, 의문을 낳았다.

현대판 활빈당으로 불리며 성매매 업주를 신고하는 이들은 수도권부터 충청도까지 아울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에 대해 3년 전 천안에서는 이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최소 15만 원에 달하는 화대를 직접 지불하며 하루에 3-4건 정도의 성매매를 신고하고 나섰던 것. 이에 일부는 "분명 뒤에 몸통이 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제작진은 신 씨의 전 여자 친구를 만났다. 미연 씨는 여청단 사무실에서 도의원까지 만났다고 말했다. 진솔한 모습에 반해 신 씨와 가깝게 지냈던 미연 씨는 그가 주는 몸에 좋은 약이라는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먹었다. 그것은 바로 마약이었던 것. 미연 씨는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신 씨는 이를 무시하고 성폭행했다. 그리고 미연 씨는 다음날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서 마약 양성 검사 결과 미연 씨는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미연 씨의 신고 후 신 씨는 마약 혐의와 성폭행, 감금, 협박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마약 양성 반응까지 나온 신 씨는 성매매 알선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48시간 후 석방되었다.

제작진은 여청단 단원이라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용돈을 벌기 위해서 단원이 됐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처럼 하다가 직원이 되는 거다. 초봉이 180 정도이다. 그리고 단원은 2,30명 정도다"라며 "자금의 출처는 모르겠지만 돈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기부금이 들어온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매매 업장 사이트들이 경쟁 사이트에 광고가 올라가 있으면 광고를 내리라고 대포폰으로 문자를 경고한다"라며 "신정우가 그 사이트로부터 매달 6천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여청단 내부고발자들은 "신 씨가 특정 사이트에 성매매 광고를 몰아주고 그 광고비를 여청단 단원들의 계좌로 받았다"라며 "신 씨한테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업자들이 상납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청단 간부들 중에는 현재 성매매 업소 업주라는 제보도 이어졌다.

이러한 단체가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경기도청 관계자는 "정식적으로 등록된 단체다. 공식 절차를 통해 등록은 이상 없이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몇 가지의 조건만 만족하면 지자체는 단체로 등록을 해줘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단체의 유해 여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힘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신정우는 단체를 만들면서 지역 정치인들을 활발하게 만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원시의회 의장은 "지원을 부탁한다고 찾아왔었다. 우리는 개인에게 지원할 수 없고 단체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했더니 작년 11월에 비영리단체 등록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라며 과거 이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여청단 감사 박 씨는 "신정우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일탈 행위한 것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라며 "우리 단체에 성매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없고, 지난번에 모두 문제가 되는 이들은 제명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머지않은 미래에 정치가 하고 싶다. 그래서 돈 안 되는 일인데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공익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있다면 반드시 민낯이 드러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원정 기자 ashley17@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