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필, 못다 쓴 편지 / 김주선 이보게 용식이. 한문 서체보다 한글이 서툴렀음에도 아버지는 매번 이름만 반복해서 써 보고는 종이를 접곤 했다. 글씨 쓰기를 연습하는지 붓의 결을 테스트하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모필에 먹물을 흥건하게 묻혀 쓰는 매끈한 글씨체도 아니고 뻣뻣한 갈필로 쓰는 비뚤비뚤한 글씨였다. 게다가 먹물도 잘 먹지 않는 붓인지라 글씨의 획은 각질이 생긴 발뒤꿈치처럼 텃고 거칠었다. 삼십여 년 전 엄마의 거울처럼 맑은 달이 뜬 밤이었다. 제삿날에 지방紙榜을 쓰는 듯한 정갈한 자세로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먹을 갈았다. 지금
관계자 외 출입금지- 마혜경 롯데호텔 뷔페 안에서 창밖을 보니제주도 바다가 동그랗게 날 감싸고 있다물항아리 속에 들어앉아 고개만 내민 난 독 안의 쥐 바깥은 낭떠러지가 분명해물 싫어하는 고양이가 언제나 많지세상을 할퀴며 기어 올라오고 있어난 간당간당 머리만 내놓고 그 발톱 끝에 침을 뱉지 겁이 나서 발뒤꿈치만 들지
멜로드라마-마혜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장갑을 벗고 눈을 비빈다소맷부리도 액정을 닦는다흐린 정경이 소매 끝에 붙는다 왼발 뒤꿈치에 나뭇잎이 붙어있다오른발로 밟고 왼발을 든다나뭇잎이 오른발에 붙는다집게로 누르고 오른발을 든다나뭇잎이 집게에 붙는다 넌 의지가 약한 게 흠이야뭐든 잡고 늘어지는 버릇, 나무를 꽤나 흔들었겠어얼마나 홀가분했을까 너의 추락을 모의하는 동안 나뭇잎은 말이 없다할 말을 달라붙는 일에 모두 소모했으므로나뭇잎은 손을 만나 추락한다발을 향한 추락은 추락이 아니다 흐린 정경이 눈동자에 붙는다핸드폰에 담아 주머니에 넣
2018년 기준 승용마 사육두수는 1만1천여 두에 달하고, 유소년용 말의 크기와 품종은 포니에서 전문 승용마까지 다양하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특색이 있음을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 한다. 말도 말마다 품성과 능력이 다르다. 백마백색(百馬百色)이다. 모든 사람이 백락과 같을 수 없지만 어떤 말이 좋은 말인지를 알아야 한다. 말의 기질을 이해하고 유소년에 적합한 말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유소년용 승용마를 고를 때 첫째 고려할 사항은 안전이다. 어린이나 초보자를 태울 수 있도록 말이 조련되었는지, 성격이 온순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은퇴가 가까운 늙은 말처럼 예민하지 않는 말이 좋다. 처음 어린이를 태우는 말은 펜스나 울타리를 마음대로 뛰어 넘을 수 있다. 신중하게 어린이를 태우고 돌볼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경주마로 쓰다가 최근에 퇴역한 말은 타지 말아야 한다. 질주하는 습성이 남아있어 유소년 승마에 적합하지 않다. ⓒ미디어피아 자료사진다음으로 유소년의 신장에 맞는 말을 선택해야 한다. 기승자는 말에게 물린 재갈과 연결된 고삐, 말 탔을 때 자세인 기좌, 자신의 다리(종아리)를 이용하여 말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속도를 조절한다. 이 중에서 다리신호가 중요하다. 다리신호가 약하고 부정확하면 말은 혼란스러워 하고 다른 신호들을 알아듣지 못한다. 안장에 앉았을 때 발뒤꿈치가 말의 복부 하단에 위치해야 다리신호를 바르고 확실하게 줄 수 있다. 기승자의 키에 맞는 말을 타야 하는 것이다. 유소년은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미니어쳐 포니, 셔틀랜드 포니, 웰시 포니, 하프링거, 한라마 등 다양한 크기의 말 품종을 유소년 승마에 사용한다.경주마로 쓰다가 최근에 퇴역한 말은 타지 말아야 한다. 질주하는 습성이 남아있어 유소년 승마에 적합하지 않다. 초보자 강습에 좋은 말은 건강하고 좋은 태도와 온순한 성질을 가진 말이다. 불결하거나 상처가 있는 말, 뼈가 보일 정도로 야위었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한 말은 관리 안 된 말이다. 아이가 안장에 앉아 말 옆구리를 차던, 옆으로 기울든, 겁을 먹든 간에 고삐를 붙잡고 있으면 가는 말이 좋다. 그래야 아이가 말 타기에 집중할 수 있다. 성질 나쁜 말은 아이가 승마를 포기하게 한다.지난 3주간 유소년에게 바람직한 승마장이 갖춰야 할 승마시설과 지도자 그리고 승용마에 대해 살펴보았다. 좋은 승마장은 안전하고 즐겁게 말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아이에 맞는 인증 승마헬멧을 쓰게 하고, 규칙적으로 장구를 손질하고 검사하며,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한다. 강사들은 강습용 말을 정례적으로 조련하고,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도와준다. 부모들이 좋은 승마장을 선별하는 안목을 가지면 승마장 운영자들도 부모의 눈높이에 부합하도록 변할 것이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다. 규격화된 일상을 벗어나 좋은 승마장을 찾아 나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전성원 /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석좌교수
한국마사회가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11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미디어피아] 안치호 기자= 승마를 경험한 이들의 긍정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국마사회는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로 △학생승마체험(포니3등급포함) △기승능력인증제 △유소년승마단 △전국민승마체험 4개 부문으로 진행해 총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최우수상과 말산업특구상, 우수상 등 11개 수상작이 선정됐으며, 배추용 씨(50세, 학원강사)의 전 국민 승마체험 수기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말산업특구상은 박시온(경기도), 장민석(경상북도), 이승윤(전라북도), 안지선(제주특별자치도) 씨가 수상했고, 우수상(한국마사회장상)은 김도현, 장려상은 박지연, 김은지, 양현희, 손영희, 윤현미 씨가 수상했습니다. <미디어피아>은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의 협조 아래 공모전 체험 수기 수상작을 종합 연재합니다. 일곱 번째 순서로 박지연 학생의 ‘말을 탈 때 가장 행복한 나(학생승마체험 부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은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말을 탈 때 가장 행복한 나 - 박지연말(馬), TV에서나 보던 신기한 동물학생승마체험으로 승마 기회 얻어친구처럼 지내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말자세도 좋아지고 말도 정말 좋아져말(Horse)이라 하면 TV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동물이었는데 내가 직접 말을 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재작년에 이어 이번 해에도 고종사촌 동생과 함께 학생승마체험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고 하셨다. 내가 또 말을 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다니… 감격스러움과 기대에 흠뻑 젖어 다시 말 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학생승마체험은 총 10회의 승마 기회가 주어진다. 오랜만에 타서인지 1회째 말을 탔을 때는 좀 무서웠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신이 났다. 신나게 잘 걸어가던 말이 갑자기 멈춰 섰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말이 멈춰서면 발뒤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탕~ 차라는 교관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말 옆구리를 힘껏 찼다. 그런데도 말이 꼼짝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툭, 툭, 툭… 소리가 나더니 말이 다시 신나게 출발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말이 뛰다가 똥을 눈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옆구리를 차서 말한테 미안해졌다. 좀 기다려 줄걸…. “미안해… 네가 똥을 누는 것도 모르고 옆구리를 차서 미안해. 내가 알았더라면 좀 기다려줬을 텐데. 앞으로는 똥 눌 때 기다려줄게”라며 토닥토닥 말을 쓰다듬어 주었다.2회째가 되던 날, 똑같이 생긴 조끼를 입고 윤기가 반들반들 나는 종아리까지 오는 승마 장화를 신고 채찍까지 든 아이들이 보였다. 가장 바깥 줄, 세 번째 줄에서 말을 타고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재작년에 승마체험을 했을 때도 마지막 회까지 2번째 줄에서밖에 못 달렸는데 저 아이들은 저렇게 멋있게 3번째 줄에서 말을 탈까 너무 부러웠다. 고삐를 잡고 방향 바꾸기도 하며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고모에게 물어보니 유소년승마단 친구들이라고 했다. 나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인데 어쩜 이리 달라 보일까? 특히 승마 장화가 너무 부러웠다. 나는 비 오는 날 신는 고무장화를 신고 승마를 하는데 승마단 친구들은 반들반들한 장화를 신고 달리는 것이 나도 너무 신고만 싶어졌다. 내 마음을 읽은 고모는 “너희 반에 너 말고 말 타는 친구가 있니?” 하면서 물어보셨다. 하긴 말을 타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고모는 이렇게 승마체험 기회를 갖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라고 하셨다. 고모 말씀대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다며 마음을 다독였다.그렇지만 채찍이라도 잡고 달려보고 싶어 열심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저도 채찍을 잡아보고 싶어요. 저도 신나게 달려보고 싶어요’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에 응답이라도 된 것일까 4회째 되던 날 교관 선생님께서 “너는 네가 말 타는 박자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니?”라며 물어보셨다. 나는 자신감 있게 “네!”하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세상에 교관 선생님께서 내 손에 채찍을 쥐여 주셨다. 그렇게 하여 난 꿈에 그리던 채찍을 잡아 보게 되었다. 채찍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교관 선생님께서는 말이 쉬고 싶을 때 쉬는 것이 아니고 내가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내가 쉬고 싶을 때 쉬어야 한다고 하셨다. 말을 나의 뜻대로 잘 몰아야 한다고 하셨다. 드디어 나도 3번째 줄에서 말을 타게 되었다. 가장 바깥 줄에서, 유소년 승마단 아이들처럼 말을 뛰게도 했다가 멈추게 하며 신나게 말을 탈 수 있게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매번 수업 때마다 열심히 말을 탔다.얼마 전 고모와 사촌들과 놀이동산에 간 적이 있었다. 나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좋아하는데 승마 연습을 하고 싶어 일부러 회전목마를 탔다. 더 많이 연습을 해서 잘 타고 싶어 회전목마 위에서 승마의 기본자세를 연습한다고 일어섰다 앉았다를 했다. 그리고 이럇~거리며 목마 옆구리도 살짝 차보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안전요원이 봤는지 “거기 학생~ 위험하게 장난치지 마세요~”라며 주의를 주었다.나는 정말 말 타는 것이 좋다. 그래서 마당에서 말을 기르며 내가 말을 타고 싶을 때마다 말을 타고 싶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가 된통 혼이 났다. “말이 얼마인 줄 아니? 그리고 말 관리비, 사료에 드는 돈이 얼마인 줄 아냐?” 하시며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셨다. 도대체 말을 키우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 걸까? 궁금하다.10회 수업 중에 벌써 7회 수업을 받았다. 이제 3회밖에 수업이 남지 않았다. 남은 기회가 많지 않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나는 남은 수업 역시 열심히 말을 탈 것이다. 처음 말을 타고 속보를 하던 날이 생각이 난다. 말이 힘차게 뛰고 걸을 때마다 내 생각도, 마음도 커지는 것만 같다. 웅크리고 작았던 내 마음들이 말이 뛸 때마다 나쁜 생각, 슬픈 생각들은 하나씩 떨어져 가고 기쁨이 쌓이는 것만 같았다. 늘 친구들과 다른 환경으로 인해 속상할 때가 많고 기분이 나쁠 때도 많은데 말을 타고 있을 때만은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말을 타고 있는 내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의 모습인 것만 같다. 고모도 “지연이는 말만 타고 있음 입이 찢어질 거 같아. 그렇게 좋아?”라며 자주 물으신다.말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사람과 친구처럼도 지낼 수도 있고 멀리 가야 할 때는 자동차처럼 빨리 데려다줄 수 있고 정말 소중하고 귀한 동물이다. 이런 말들과 더 많은 친구들이 친해졌으면 좋겠다.승마체험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등이 굽은 것 같다고 지적을 받던 자세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말을 탈 때는 허리를 쭉 펴고 있어야 하는데 평상시 등을 굽히고 다니는 나에게는 정말로 좋은 운동인 것 같다. 나의 자세까지 교정해 주는 승마는 정말로 좋은 운동이며 더 많은 친구들이 같이 체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승마체험 가는 날은 기분이 좋아 공부도 더 잘 되는 것 같다.포항승마클럽에서 친절히 승마를 가르쳐 주신, 특히 나의 기도에 응답하듯 채찍을 건네주신 신상철 교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준 한국마사회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오늘도 나는 얼른 자라서 어른이 되면 멋진 승마 장화를 신고 넓은 초원에서 신나게 말을 타고 달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장려상을 받은 박지연 학생(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원고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교정·교열=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Copyrights ⓒ미디어피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 을 윤 한 로봉당 구석에 찬바람 나고 나무 잘하던 원재 형 머리 박박 깎고 군대를 가네김 풀풀 나는산 같은 고봉밥 오늘은 뚝딱, 해치우지 못하고반절도 못 먹어숟가락을 지우네어머니는 훌쩍훌쩍 자꾸만 우시네간 밤 장꽝에 떨어진 떫은 고욤 여남은 알 별처럼 으시시 새벽 서리 꼈네시작 메모가을이면 군대들을 많이 가는 것 같다. 서글프다. 나도 시월이십사일, 유엔데이 가을에 갔지만 형이 가던 모습은 유난히 가슴을 애리게 했다. 산 같은 고봉밥을 뚝딱 해치던 형이 몇 숟가락 넘기지 못했다. 하루종일 홑이불을 뒤집어 쓰고 드러누워 있다가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