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윤 한 로도끼로 문짝을 부수는 듯울며불며 덤비던 사나운 바람화분이 나동그라지고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나무 둥치가 뽑히고 가지가 찢기고질긴 풋감마저 떨어져씨를 드런낸 채, 여나문 길바닥에 딩굴고제멋대로 훨훨 날던 빤스 조가리 돌돌 말려 하수구에 쳐박혔다붉고 푸른 꽃들은 죄다 쓰러져 쑥대밭이 됐으며이젠 모두들 언제 그랬냐는 듯 달게 잠든 아침 팔십 노모 혼자만이 일찌감치 문간에 나와 앉았구나깨진 보도블럭 틈새에우리들 여기 있노라, 이겼노라파릇파릇 나부끼는 강아지 풀피보다 진한 이슬 몇 방울 매달곤눈물겹다, 햇살 속 깽깽 시작 메
그대가 여인이라면, 나이 육십이 지난 여인이 아니라 20~50대의 여인 정도라면 지금 몇 시냐고 물어오는 남자를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그것도 평일 대낮 공원에서 조용히 그림자처럼 다가와 그것도 질문이라고 해대고 있는 성인 남자를. 그런데 뭐라고 생각할지는 남자의 상태를 봐야 알겠다는 대답이 의외로 적지 않다. 즉 남자의 됨됨이, 외관이든 말투든 행동거지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대답이 상당한 것이다. 됨됨이만 괜찮다면 지금 몇 시가 아니라 몇 분 몇 초냐고 물어와도 상냥하게 즉각 대답하겠다는 의지가 상당수 여성에게서 보이고 있다는 것
도도녀, 얼굴 반반하고 몸매 우월하고 근접하기 어려워 보이는 그녀가 어디에 주로 나타난다고? 호텔이나 회원제 레스토랑이나 골프장이나 패션쇼장은 아니라고 이미 말했다. ‘전설의 짬뽕’이나 ‘멋쟁이 미장원’이나 ‘삼거리 숙녀복’ 같은 데 자주 출몰한다고 입 아프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우연히 부딪친다는 건 신사의 입장이나 사내라는 지위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하겠다. 대신 나는 대형 마트를 제시한 바 있다. 도도녀가 대형 마트에서 올이 풀린 추리닝을 입고 카트를 끌고 있다면, 그녀는 경계심을 완전히 푼 채 한가하고 느긋하게 소소
천둥 소리 윤 한 로옛날에, 아주 옛날에 둥둥 하고 울리는 북이 하나 있었습니다그런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 북이 싫다고 했습니다 머리통 커다란 장구대가리 장군님이 치던 북이라고 퉤퉤, 치던 북이라고 뭐라고 뭐라고들 사람들이 싫다고 하니까 닭들도 싫다고 했습니다닭들이 싫다고 하니까 개들도 싫다고 했습니다개들이 싫다고 하니까 소들도 싫다고 했습니다둥둥, 둥둥 소리 우굴쭈굴하니 산 넘고 물 건너 아무리 잘 울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뭐라뭐라 어쩌고저쩌고들 해서장구대가리 장군님 북은싹이 돋고 코가 깨지고 마침내 수염까지 나게 됐습니다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