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는 그림에 대해서 뭔가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예술적 엣지 또는 스타일리쉬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도도녀는 슈트를 갖춰 입은 남자가 예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예술을 거래도 할 수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 무릇 예술도 거래가 되어야 한다. 여기 걸려있는 그림들이 제 아무리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해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면, 쳐다봐도 누구도 사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모 저명 평론가가 `여기 예술이 있다`고 언론에다 떠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후원하고 말겠어` 하는 결심을 하는 예술애호가가
여자에게 술을 잔뜩 먹여 이성을 마비시키고 하체에 힘이 빠지게 해 원나잇 투어로 이끄는 게 천하의 바람둥이 유세련의 장기인데, 마돈걸은 오히려 앞장서서 더 마시자고 하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유세련의 건의는 바로 묵살 당했다. 그는 마돈걸에게 손목을 잡혀 요사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는 막걸리집으로 끌려 들어갔다. 예전에는 일일 노동자 아니면 마실 나온 동네 아저씨가 이런 곳에 주로 찾아와 사발에 철철 따른 걸쭉한 막걸리를 선 채로 단숨에 들이켜고 소맷자락으로 입술을 쓱 한 번 훔친 다음, 김치 한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