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국토가 두동강 나던 그 시절골육상잔의 피비린내가 산하를 물들이던 시간인민군과 국방군이 혹은 빨치산과 토벌대가대립하던 역사인민군이 점령했을 때도국방군이 수복했을 때도빨치산이 해방을 외칠 때도토벌군이 빨갱이를 잡을 때도이 골짜기에는 사람이 살았다이 편을 요구할 때는 이 편이 되고저 편을 요구할 때는 저 편이 되어풀잎으로 살았다서슬퍼런 이념의 벼린 칼날에 베이고편견에 갇힌 우직한 군홧발에 짓밟히며잘리고 문들어져도 생명줄 놓지 않았다정성을 다하여 꽃을 피우고꽃이 피니 나비가 나는아름다운 자연은 변함이 없건만자본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내가 말했다."문재인 대통령님은 왜 윤석열 검찰총장을 경질하지 않지? 어제 국정감사 중계 보니까 완전히 쿠데타 수준의 발언을 쏟아내던데......"아내의 질문에 대해 나는 매우 건조하게 대답했다."임기가 내년 7월24일이니 임기를 보장하는 거겠지"내가 대답하니 아내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그럼 장관들은 왜 경질하지? 혹시 문재인 대통령님이 사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일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퇴임 후
망아지를 껴안아주고울분을 토하며 성명서를 낭독한 어제를 뒤로 하고오늘은 반려견 구름이와 눈감아도 떠오르는 산길 걷는다굽이 돌 때마다 한움큼의 추억이 떨어지고뜨거웠던 시간 서늘히 식으며코로나19 긴 터널 가을이 깊어간다생존의 피켓들은 과거에도 모였고 지금도 모이는구나콩 한쪽이라도 서로 배려하며 나눠 먹으면 좋으련만낙엽처럼 돈이 소진되는 거리과로를 견디지 못한 택배 노동자가 죽어가고울긋불긋 단풍같은 자본주의가 춤추는데거룩하게 마감하는 생명들이 우수수 떨어진다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살리는 현실의 아귀다툼누구
엎친 데 덮친 일들이 이어져온 시간본질을 벗어난 언어들이 미친듯이 춤추고구황 되어야할 고구마조차 여물지 못했구나긴 장마 폭우 태풍 견디며 잎은 무성한데결실 잉태하지 못한 고구마뿌리를 보면서그래도 캐야하는 현실 서글프다시작이 반이라면 끝은 전부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아래 봉우리오르고 나서야 높이와 깊이 넓이를 알 수 있다고구마를 캐는 일도 마찬가지첫 고구마를 캘 때는 그저 신기하고 신비로워 힘든 줄 몰랐다그러나 캐면 캘수록 팔다리가 저려오고 온 몸이 쑤시는구나아버지 등같은 밭이랑 파헤치니풀 뽑다가 쓰러진
산촌에 사는 즐거움은 시간 날 때마다 편안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내가 사는 산촌은 임도가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고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이어서 시간과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짧게는 1시간 코스에서부터 길게는 5시간 이상 코스까지 마음대로 걸으면 된다. 게다가 반려견 '구름'(진돗개)과 함께 할 수 있으니 행복이 더욱 커진다.코로나19 위기는 모두의 생활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내가 경영 대표로 있는 회사는 말산업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2월23일 갑자기 멈춰선 경마는 잠시 무관중 경마가
언제 여름이 지나가나 했는데 벌써 가을이다가시지않는 코로나19 위기에 폭우를 동반한 장마와 태풍지난 여름은 잔혹했다일상이 중단된 암흑의 여름더 멈춘 것과 덜 멈춘 것 사이에 희비를 다투고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인내하는 시간 사이로진실과 정의를 배반한 요설들이 난무하고분노는 또다른 분노를 일으켜 세우며저주와 저주가 부딪쳐 갈등은 점점 커지는데갈등을 잠재워야 할 권력이 눈치 살피는 동안악을 선이라 우기는 언어들이 혼란을 부추기고호박만 한 잘못은 뒤에 감춘 채좁쌀만 한 잘못 찾아내고 들춰내어요란하게 호들갑떠는 적폐들의
가을 바람 불어오니 2016년 가을이 불현듯 생각난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적폐청산,평화,번영,통일을 외치며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와 촛불을 밝혔다. 촛불 시위는 겨우내 계속되었고 이듬해 봄 마침내 정권을 바꾸는 혁명을 달성했다. 2016년12월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하여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시켰다. 1차 촛불혁명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이름하여 촛불혁명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피 한방울 흘리지않고 오로
푸르고 푸르러 마냥 푸르러허튼 바람 한줄기 자리잡을 공간 없었다짙푸른 잎은 싱싱하게 세상을 보듬는 줄 알았다녹색 핏방울 뚝뚝 떨어지는 때적폐는 청산의 대상일뿐 협치의 상대가 아니라는쌓이고 쌓인 울분 피토하듯 쏟아내도메아리도 남기지 못하고 잦아든다도대체 어디까지 모두가 인정하는 푸르름이냐짙푸른 나뭇잎 속으로 시든 잎들이 고개 숙이고잎과 잎사이 죽은 잎들이 사열할 때혹독한 바람 불어와 나뭇가지 힘차게 흔들면숨어 있던 썩은 잎들 일제히 우수수 떨어지고마른 가지는 툭툭 부러져 땅 위에 나뒹군다별들도 속삭이다 울고달빛 속에 춤추
코로나19 장마 태풍의 심술 속에서도속으로 속으로 알밤이 익어간다계절의 변화조차 인지 못하고전염병에 갇혀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진 상황에서도남몰래 토실토실 여무는구나모든 역경 딛고 속이 차는 모습을 보니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난다겉만 보고 속을 부정하는 무례가 일반화 된 세상속을 보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겉만 보고 거짓을 정의로 오인하는 세태허공을 떠도는 악마의 말들이 단정의 칼이 되어정의의 가슴을 마구 도려낸다쓸쓸한 당신의 걸음 속에 안타까움이 배어들고정의의 길이라면 그래도 가야한다며뚜벅뚜벅 걷는 당신의 발자국
적폐청산, 평화, 번영, 통일로 대표되는 촛불의 꿈은 사그라들고 마는가. 최근 정치권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촛불 민심을 받들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적폐들의 난동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더니 급기야는 이기주의 이익집단 의사들에게 투항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 땅에서 인간답게 살아내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새삼느낀다.지혜롭고 성숙한 국민들은 촛불의 꿈을 달성해달라는 180석이라는 거대한 의석을 챙겨줬는데도 하는 짓은 배신과 배반의 결과물이다. 180석이나 밀어줬는데 국민의
강하다고 자랑하지마라강하다고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살아 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살아남으려 노력하는 당신은 아름답다
박경리 대하소설 에는 전염병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대거 죽는 장면이 나온다. 최참판댁을 지탱하던 윤씨 부인도 전염병에 희생되면서 집안의 풍파가 어지럽다. 조준구와 같은 탐욕의 화신이 온갖 권모와 술수로 치욕의 일제시대를 관통한다.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100여년 전 소설 속의 조준구 무리들이 왜 이렇게 많이 들끓고 있는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노여움을 끌어오르게 한다. 우리민족은 환난의 시기마다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했다. 먼 역사를 거스르지 않고 최근의 흐름만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5.18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