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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야기

이진성
  • 입력 2024.03.07 00:44
  • 수정 2024.03.0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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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6.23:46.

이별 이야기.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특이하게도 지인들의 이별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가을의 낙엽이 떨어진 지도 한창이고 이제 곧 벚꽃이 필 시기에 때아닌 이별 소식이 우수수 떨어지듯 귓가에 전해진다. 전해진다기보다는 만나거나 통화한 사람들의 본인 이야기가 이별이 화두라는 말이 알맞겠다.

인간의 성향이 각양각색인 것처럼. 그 이별들 이야기도 아픔과 슬픔, 애틋했던 두 사람의 정서가 담겨... 있을 것 같지만 불평과 욕 밖에는 들을 것이 없다. 분명 그 모든 두 사람들이 서로 녹아버릴 것처럼 설레는 감정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감정이 남은 사람이 붙잡아 보라고 조언하지만 자존심과 어떤 빛바랜 마음이라 안된다고 한다. 그 마음 나도 잘 알지.

그래서 나는 축복을 빌어주라고 다른 조언을 한다. 축복을 바라고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이 가장 보기 좋은 이별이었다. 내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물질적, 시간적 여유를 모두 상대방한테 주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서 펼칠 수 있는 태도로 이해하려고 충분히 노력했을 때에만 가능한 마음. 상대방을 보기 좋게 보내주는 것.

아마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로 고개 숙이고 노력하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 철벽을 넘을 수 없던 시간. 숨 막히는 공간. 고개를 들어서 눈을 보고서야 단념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사람의 눈은 나를 보고 있었고 아주 미세한 흔들림도 없는 눈빛이, 본인의 확고한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어서서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고 나가는 일 외에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잘 지내.' 뿐이 없었다. 가질 수 있는 마음은 '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가 끝이었다.

사랑을 시작할 때와 헤어질 때에 비슷한 것은 귀까지 느껴지는 심장의 두근거림 정도.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땐 이해하지 못했던 그 사람의 마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고집에 가려져서 볼 수 없었던 부족했던 나와, 답답한 상황들이. 이제 곧 꽃 피는 시기인데 너무 많은 이별 소식에 조금은 추운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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