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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괴로운 날

이진성
  • 입력 2023.09.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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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2.01:29.

마음이 괴로운 날엔 좋은 날을 생각하자. 근 며칠 몸도 마음도 피곤스럽고 고달프다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는 혓바늘이 돋아나고 눈 밑은 자꾸 떨리고 안색도 피곤해 보였다. 혼자 있으면 좀 낫겠지 싶었지만, 집에서 자꾸 깨는 마음을 엿보니 혼자 있으면 안 되겠더라. 촬영이 끝나고 영남이네 가게에 가서 혼밥 혼술 독서를 했다. 잘 살기만 하는 줄 알았던 그 녀석도 보기완 다르게 고충을 앓고 있었다. 남들 눈에 나도 그렇겠지. 단단해 보일 수도 있겠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을 살지 않으면 내일이 흐릿하다. 그래서 내일을 대비할 여력을 남겨두지 못하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그래서 오늘을 소진하고 한몫을 더 하지 않으면 미래가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더 열심히 하루를 산다. 그러다 몸이 괴로우니 마음도 괴로웠다. 좋은 괴로운 생각을 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 같아서 좋은 생각을 하자고 강박을 하며 영남이네 가게를 나선다.

어제는 영민이 형네 집에서 형의 영화들을 쭉 보며 대화를 했다. 작품으로 미루어 보는 사람의 정신과 세상은, '앎'이라는 즐거움을 준다. 이를테면 내가 인간의 머릿속을 좀 더 알게 된달까. 여튼 형의 연출작들을 모조리 관찰하고 나는 내 작품도 보여줬다. 큰 화면으로 보는 내 연기는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때는 그 연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더 잘할 수는 없었다. 그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부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교만했던 것도 있었다. 괴로움이 많았던 과거에도 지금의 그것과 질과 색채가 달랐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명확하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며 나는 그것이 일종의 발전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좋은 것이다. 제자리 걸음한 줄 알았던 내가 발전해 온 것이니까. 괴로운 날엔 조금 건방져 보자. 훗, 쳇, 흥, 칫 나 좀 건방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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