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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받는 마음

이진성
  • 입력 2023.08.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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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3. 23:58

꽃을 받는 마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며칠 전에 수업의 일환으로 관극을 하러 갔다.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그 친구는 작은 꽃다발 두 개를 들고 있었다. 하나를 나에게 주길래 공연 보고 서로 하나씩 배우에게 주자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한테 주는 꽃이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제천 가서 영화도 틀고 레드카펫도 밟았으니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 놀란 마음에 한 손으로 벌어지는 입을 막고 크게 뜬 작은 눈으로 꽃과 그 친구를 번갈아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던 탓이 입을 막아서는 아니었다. 아주 오랜만에 꽃을 받았고 나는 알 수 없이 기뻤던 그 마음을 기억 속에 새겨 넣고 있었다.

꽃을 줘본 적은 많았지만 받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대학로에 있는 동료들은 꽃은 먹을 수도 없고 화분이 아니라 키울 수도 없으니 꺼리고는 했다. 앞으로 가끔 꽃을 또 선물하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받으니 기분이 꽃처럼 화사해졌다.

그리고 며칠간 꽃을 받으면 왜 좋은지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받고 난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정의 내리기 참 어려운 감정이다. 수많은 문인들이 써놓은 글귀와 과학자들의 분석도 내 그 기분을 대변하지 못했다. 내 감정과 비교해서 본다면 그 정의들은 만족스러운 해답은 아니었다. 결실이라든가 젊음에 대한 소회라든가 하는 게 아니다. 그걸 고르기 위해 고민했던 머뭇거림 또한 아니었다.

생일날엔 받은 편지에 신발 선물보다 크게 울었으며, 대학로에서 받은 꽂다발에는 더없이 크게 웃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감정을 주는 기분이 든다는 것. 생일에는 위로를 영화제에는 축하를. 그러고 보니 편지와 꽃은 감정을 담기에 참 제격이다. 잘 어울리며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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