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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608] 리뷰: KBS교향악단 제792회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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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4일 금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시간차 울림, 미세하지만 의도적으로 팀파니가 먼저 가격하고 목관의 퍼짐을 강조하게 크리스티안 라이프가 소리를 끌었다. 레오노레 서곡 제3번의 앞부분만 그런지 알았는데 2부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에서도 곡의 개시나 단락의 바뀌는 부분에서 목금관의 울림을 앞으로 땡기고 현을 따라오게 하는 입체적인 방식을 초지일관 고수하는 걸 보고 크리스티안 라이프의 한결같은 방식이라는 걸 알았다.

KBS교향악단과 지휘자 크리스티안 라이프(Christian Reif)
KBS교향악단과 지휘자 크리스티안 라이프(Christian Reif)

롯데콘서트홀을 지금까지 얼추 50여회 이상 다녀왔으나 대기실의 문을 열고 안 열고의 차이가 그리 큰지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다. 여명을 깨우는 기상나팔과 같은 청명한 트럼펫에 이어 레오노레 서곡 3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빛나는 플루트가 따라붙었다. 베토벤을 하기에는 현의 숫자가 좀 많지 않았나 싶다. 뒤 풀트까지 꾹꾹 채우다 보니 현 내부에서의 밸런스도 다른 악기군과의 균형도 깨지고 더군다나 빠른 페시지에 제대로 민첩하게 하나가 되어 따라오지도 못하니 말이다. 크리스티안 라이프는 레오노레 서곡이 끝나고 문안의 트럼피터와 플루트 주자만 따로 일으켜 세워 박수를 받게 했다. 당연한 처사다.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

목금관만 분주히 움직이지 제1바이올린은 꿈적도 안 하고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에서도 그 멤버 그대로 빠지지 않고 고정이다. 그런데 소리가 가볍다. 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바로 앞에서 베토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작곡가의 작품인데 깃털을 단거 마냥 가볍고 부드러워 마치 실내악단 같았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1악장의 오케스트라 긴 전주가 끝나고 전체 악단의 C음 페르마타 다음에 오케스트라 소리를 끊고 피아노 독주 스케일이 나와야 되는데 페르마타 사이에 끼어들었다. 실수인가 했는데 3악장 코다 전의 오케스트라 간주에서도 도미넌트 화음 다음에 피아노의 카덴차가 시전 되어야 하는데 여기서도 오케스트라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내달렸다. 크리스티안 라이프 말고 독주자인 알리스 사라 오트가 그랬다. 그녀는 가벼웠다.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달콤함과 귀여움에 빠져들었다. 세상을 지켜내기 위한 어깨 뽕 가득 들어간 마초적인 영웅 히어로들 남성 피아니스트들 사이의 요정 같은 색다른 매력을 풍겼다. 1악장을 마치고 지휘자의 팔이 10초 넘게 허공에서 내려오지 않고 여기서도 1악장 전주와 마찬가지로 C음만의 잔향이 퍼지는 가운데 알리스 사라 오트는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 E장조의 서정을 펼쳐 보였다. 그 아름다움이라니... 2악장을 마치고도 지휘자의 팔을 여전히 내려오지 않았는데 그 사이를 피아노가 쏜살같이 내달렸다. 친절하고 모범생다운 이미지의 크리스티안 라이프와 알리스 사라 오트는 사이가 좋다. 기싸움하지 않고 서로 평화롭게 상대방을 배려하고 맞춰줬다. 오케스트라는 독주자를 기다려 줄지 알고 솔리스트도 오케스트라를 배려할 줄 안다. 곡이 끝나고 알리스 사라 오트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니 객석에서 '오호~~'라고 좋아했다. 앙코르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치니 다들 웃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주하기 위해 휴식 후 무대의 불이 켜지자 목금관, 타악기에 콘트라베이스 주자들까지 이미 착석해 있었고 나머지 현4부만 따로 입장했다. 크리스티안 라이프는 작품에 따라 소리의 잘감을 달리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지휘자였다. 1번 '일출'에서 롯데콘서트홀의 자랑인 파이프 오르간의 장대함을 좀 더 길게 맛보고 싶었는데 라이프는 칼같이 박자대로 끊어버리고 호른의 크레도(Credo)에 이은 현의 합주가 아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만의 현앙상블의 세계로 들어갔다. 솔로 연주 시 악장은 어느 제약도 없겠지만 합주로 단원들과 함께 할 때는 혼자 유달리 튀고 안 맞았다. 특히 누가 이번 슈트라우스 공연을 위해 보충된 객원주자들인지 대번에 알 정도로 현 파트, 특히 바이올린 안에서 서로 합이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트럼렛 연주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어제 김홍박 호른 독주회 평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슈트라우스가 너무 높게 썼다. C트럼펫에 B음을 옥타브로 찍어 내라는 건 쉽지가 않다. 8번 <춤곡>의 슈트라우스 특유의 빈 정취를 맘껏 흡입하고 마지막 역시 바이올리니스트에게도 쉽지 않은 고음의 F#음의 비상(飛翔)에 베이스의 C음 증4도가 병치되었다. 레오노레부터 협주곡 그리고 짜라투스트라까지 전부다 C가 중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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