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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명태, 멸치, 전시장의 주인이 되다

김은지 전문 기자
  • 입력 2023.06.23 09:55
  • 수정 2023.06.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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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본관 조명치 해양문화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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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본관에서는 2023년 5월 8일부터  <조명치 해양문화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8월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우리 식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조기, 명치, 멸치를 중심으로 해양문화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2위는 노르웨이, 3위는 일본이라고 해요.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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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이 아니라 과학관에 온걸까요? 참조기와 부세의 세밀화와 아래에는 모형이 있습니다. 아래 모형에서 배지느러미라고 써있는 글씨 아래에는 점자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공간이었습니다.  1부는 밥상 위의 조명치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생선을 많이 먹었던 우리들의 조리방식도 알아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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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덩그라미 매달려 있는 북어조각입니다. 북어는 지금도 나쁜 기운을 막는 용으로 대문이나 가게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장만할 수 있고, 10년이 넘어도 상하지 않기 때문에 액막이북어로 쓰게 됩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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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라는 노랫말이 있다고 합니다. 조선요리제법,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 생선과 조개 요리에는 굽고 조리는 다양한 기법의 조기와 명태요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영상으로 요리하는 모습도 소개되어 있으니, 요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보셔도 재미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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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류씨 서애 유성룡 조가의 불천위제사 때 사용하는 제물인 도적과 좌반의 모형입니다. 익히지 않은 생물을 괴어서 올리는데, 도적과 좌반 모두 가장 아래에는 북어가 올라가고, 도적 맨위는 생닭, 좌반에는 조기 두마리를 얹었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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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가사시간에 배웠던 5첩반상이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접시에 담긴 숙채, 조림, 구이, 마른반찬, 전까지 5개의 반찬, 그래서 5첩 반상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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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치에서 멸치는 멸치 조미료의 형태로 소개가 되었습니다. 호돌이 마트가 들어가 있는 ‘맛나’를 보니 반갑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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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뭍으로 오른 조명치입니다. 생선가게를 지나가는데, 조기와 부세의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으니, 값도 싸고 굵은 부세를 권하기도 하고, 생긴 모습을 설명해줍니다. 가게 아저씨의 친절한 설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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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는 길이별로 분류를 하는데, 세멸, 자멸, 소멸, 중멸, 대멸로 나누어집니다. 세멸은 1.5cm 이하, 대멸은 7.7cm 이상을 이야기합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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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에 대관령 황태덕장이 등장했습니다.   조명치는 말리는 방식이 모두 다른데요. 명태는 염장을 하지 않고 깨끗이 씻어서 말립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말리는 방식으로 황태가 됩니다. 조기는 염장을 한 후, 꾸덕꾸덕할 정도로 말리고, 멸치는 소금물에 삶았다가 말립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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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간에 등장하는 대형 스크린의 푸른 빛은 마치 바다 속에 있는 착각을 들게 합니다. 이제 3부 조명치의 바다로 들어갑니다. 멸치떼가 나타나고, 그물에서 그들을 건져올리는 바쁜 어부들의 모습을 둥근 벽면에서 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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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때가 되면 우리 바다를 찾았던 조기, 명태, 멸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명태는 한류성 어류,  조기와 멸치는 난류성 물고기로 일정한 시기가 되면 수많은 어선이 많은 선원을 실고 조업을 하러 나갔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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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에 나선 조기잡이 중선의 1/7 크기의 축소 모형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문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서 가져 온 것으로 중선은 서해에서 조기잡이를 할 때 사용한 어선입니다. 조선말까지는 망선으로 조기를 잡았고, 이후에는 중선이 조기를 잡는 주력 어선이었다고 합니다. 대선과 소선의 중간, 그래서 중선입니다. 바람이 없으면 북상하는 조기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해요.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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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장군 신앙분포도입니다. 조기잡이의 신이라고 불리는 임경업장군의 사당을 모시고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의례를 지내게 됩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간 세자를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물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연평도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임경업장군은 병사들에게 가시나무를 베어오게 해서 물살이 센 바다에 꽂아두게 했다고 해요. 썰물이 되자 가시나무에 조기가 수도없이 꽂혀있었고, 이후에 사당을 짓고 임경업장군을 조기잡이 신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조기잡이 선원들에 의해서 임경업장군 신앙은 서해 곳곳에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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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장군의 모습이 그려진 임경업 장군기입니다. 황태도에 뿌리를 둔 깃발로 조기를 잡으러 연평도에 온 각지의 어민들은 어업을 시작하기 전에 굿, 고사, 치성을 드리며 풍어를 기원했습니다. 아래에 보이는 무당부채는 풍어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부채입니다. 부처를 중심으로 산신과 장군신 등 4신의 무신을 그려넣었습니다. 붉은 모자인 주립은 무복과 함께 착용하는 관모이고, 홍철릭은 풍어제 등을 지낼 때 무당이 입던 무복입니다. 아래의 빨간 띠는 대로 무복의 허리띠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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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 러시아에서는 명태를 멘타이, 밍타이위, 민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명태를 자국어로 부른 이름이라고 합니다. 명태는 조선의 물고기였던 것인데요. 명태잡이에 기원설화가 있습니다. 명천에 사는 성이 태인 사람이 물고기를 낚아 도백에게 올렸는데, 맛있게 먹고 이름을 물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태어부가 잡은 것’이라고 대답하자, 도백이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는 설화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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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공간으로 나갑니다. 관람자가 물고기가 되어 남해 죽방렴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제 들어가볼까요? 원시어업인 중방렴은 국가 중요어업유산, 명승,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1469년,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에 죽방렴에 대한 기록이 있으니, 죽방렴은 최소 500년 이상된 어업유산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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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전라도 무장현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장현은 지금의 고창지역입니다. 지도 윗부분에 창살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죽방렴과 비슷한 고기잡이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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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참나무로 말뚝을 박고 대나무 살을 엮어 그물을 만들어 세웁니다. 참나무 말목은 4~5년 마다 다시 박아야 하고, 태풍에 약하여, 지금은 강철로 만든 말을 만들어 사용합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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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죽방렴멸치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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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의 노고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그물에 잡힌 멸치를 터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 가면 꼭 인증샷을 남겨보시기 바랍니다.  봄철 부산의 기장군 대변항이나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항등에서는 그물을 띄워 그물코 사이를 지나가던 물고기의 머리나 몸통이 끼도록 반드는 유자망 어럽을 통해 대멸을 잡습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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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신가요? 기후위기가 생업의 위기가 되신 분들이 바로 명태를 잡으며 살았던 어부들이 아닐까 합니다. 1987년 20만톤을 정점으로 2008년 공식 어획량 '0'이 되었고, 이후 명태는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반도의 바다는 한류와 난류의 접점지대로 작은 기온의 변화에도 특정 물고기가 사라집니다. 명태는 이렇게 우리 바다에서 사라졌지만, 소비량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수입해서 들여오기 때문입니다.

 

ⓒ김은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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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마지막 커다란 영상과 강산에 <명태>를 함께 들으면서 전시관람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전시는 평상시에 잘 접하지 못했던 해양문화, 밥상에 올라오는 흔한 물고기인 조기, 명태, 멸치가 주인공인 전시로, 우리의 바다,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했던 조명치를 주인공으로 한 전시였습니다. 식상하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합니다. 이번 전시 놓치면 후회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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