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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悲歌)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5.1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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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悲歌)

 

처연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맞았습니다.

빗줄기는 맨살을 파고드는 칼날 같았습니다.

귓가를 때리는 비가 나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悲歌'는 이런 날에 들어야 제맛이지요.

전축 위에서 돌아가는 늘어진 LP판 노래는 더더욱 슬프게 들립니다.

 

가슴을 도려내 보려 합니다.

썩을 대로 썩었을 속내를 그여 보고 싶습니다.

문드러진 그 가슴에는 당신이 남긴 자국도 남아있습니다.

 

모두 지난 일이라,

잊으라, 잊어버려라 합디다만

어찌 그리 쉽게 잊힐리야!

 

이슬비가 냉이 꽃씨에 오종종 매달립니다.

냉이 씨앗이 하트모양인데 빗방울과 부조화로 어울립니다.

 

도려낸 가슴에 부조화 빗방울을 뿌리렵니다.

썩은 가슴에 천천히 새살 돋우려고요.

글 몇 자 적으면서도 가슴이 저미는 까닭은

어쩌면 당신을 사랑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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