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5. 18:54.

행복은 요즘에 기준하는 것 같다. 어떤 질문을 받고 든 생각이다. '행복하세요?'라고 누가 물어왔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내 감정이 어떤지 생각해 본다. 행복했다. 그래서 '네, 행복해요. '라고 말했다. 그리곤 '부럽네요. 다행이죠' 하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 감정에 대해서 들여다본 몇 초 동안 나는 요즘을 돌아왔다. 분명 저번 달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행했다고 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여하튼 요즘엔 행복했다. 그렇다면 행복하다는 감정은 요즘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요즘 즐겁고 신나는 일이 많으면 행복한 것이고 좋지 않은 일이 많다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순간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 나는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사소한 행복들 여러 개와 그렇지 않은 감정 여러 개가 모여서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행복감은 순간적이라기보다는, 시기나 지속적인 부분에 더 기준을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하고 기분 좋은 사소한 일들이 행복한 평균에 도움이 되고, 나는 행복하다고 요즘 느끼는 것인가. 그렇다면 별로인 일들이 10개 일어나고 좋은 일들이 20가지 일어나면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이제부터는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행복들을 다양하게 모아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피칸 파이를 사고 와인을 마시고 좋은 것들을 나눠야지. 그리하면 어느 날 다가온 여러 불쾌감 속에서도 행복한 감정의 평균이 유지될 테니까. 그럼 나는 똑같은 질문에도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겠지. 뭘 먹을까? 뭘 먹으면 요즘의 행복이 다음 달에도 유지될까? 돼지는 먹는 게 행복하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