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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구의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1

문정기
  • 입력 2023.04.10 10:02
  • 수정 2023.04.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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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시민)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 61

       (세계 시민)

 알렉산드로스의 명마 부케팔로스의 말발굽처럼 만을 형성한 바다는 멀지 않은 곳에 섬들에 둘러싸여서 호수처럼 고요했다. 앞 바다에는 그림 같은 흰 배들이 뒷산은 고급스러운 우윳빛 하얀 대리석의 암(岩)산이다. 비취빛 하늘과 비취빛 바다 사이에는 하연 갈매기들이 수많은 W자를 그린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무지개가 순식간에 떠서 가슴 세상은 화려하게 채색되었다. 멀리 산언덕에 아크로폴리스(높은 곳 도시)가 보인다.

 카발라는 ‘말에서 내리다’는 뜻이라고 한다. 네아폴리스는 ‘새로운 도시’라는 뜻이다. 현재 지명은 카발라이다. 사도 바오로는 제2차 전도여행 때 터키 서해안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트로아스 항구에서 전도에 진척이 없어 낙담하고 있을 때 그리스 북부 지방 마케도니아 사람 하나가 꿈에 나타나서는 “마케도니아로 건너와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하는 말을 들었다. 그는 배를 타고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 네아폴리스 항구에 닿았다.

 그는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바오로는 여기서부터 북쪽으로 가면서 그리스 북부 지방에 필리피(빌립보), 테살로니카, 베레아 교회를 세웠다. 카발라(네아폴리스) 항은 유럽대륙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바오로가 첫 발을 디딘 항구이다. 카발라는 기독교 역사에 중요한 도시이이다.

 이곳이 아시아에서 태동한 기독교가 서양의 종교가 시작된 곳이다. 종교의 전래란 단순한 교리의 전래가 아니다. 문명과 문화의 전래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교리를 받아들이기 이전에 문명과 문화의 우수성에 먼저 감응한다.

 

 

 

피곤한 다리를 쉬어갈 겸 배도 고파 바오로가 들어왔다는 항구가 잘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앉아서 빵을 먹고 있자니 한 아시아 여인이 들어오면서 목례를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인지 알고 반가운 마음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필리핀 사람이란다. 이곳에 사냐고 물렀더니 이곳에 산다고 한다. 이 근처에는 문화유산도 많고 경치도 아름다워서 자기는 근처를 늘 다니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데 당신도 며칠 이곳 구경을 하고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나는 아쉽지만 일반 여행자하고는 다르다고 했다.

 아쉬운 이별을 하고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가는데 한 중년 여인인 야광 점퍼를 입고 동네 청소를 하다 나를 발견하더니 손을 흔들며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나는 파파를 만나러 로마로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부라보!”를 연거푸 외친다. 나는 손을 흔들며 다시 가던 길로 달려가고 있는데 왠 차가 앞에 서더니 안나가 차에서 내린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올가가 하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서 식사하고 가면 계산을 내가 할 것이라고 하고 다시 일하러 갔다.

 나는 점심 먹을 때를 약간 지났을 때라 “고맙습니다.”하고 올가의 가게에 갔다. 나는 샌드위치 두 개에 큰 물 병 두 개, 우유 큰 것 하나 잡으니 올가가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샌드위치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내가 계산할 거라고 했다. 전화를 해보더니 안나가 다 계산한다고, 됐다고 했다. 괜히 미안해졌다. 앉아서 먹고 있으려니 안나가 왔다. 안나는 자리에 않더니 한국의 이것저것을 물어보며 내 가족 사항과 여러 가지 잡다한 것까지 물어본다. 그리고 자기 딸들이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좋아 한다고 한다.

 “당신이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걸어가는데 내가 산 밥 한 끼 먹고 힘을 얻어서 꼭 목적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참 따뜻한 가슴을 가졌어요, 난 당신 때문에 그리스가 더 아름답게 보이고, 그리스인들이 사랑스러워요. 난 결코 안 잊을 거예요.”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누가복음 6:38의 말씀이다.

 나라고 하여 왜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없겠는가. 맨 몸뚱이 하나로 지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어려움과 부딪치면서 때론 후회하고 넘어져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따뜻한 가슴이 다가와 내게 꿈과 희망과 긍지를 퍼부어주었다. 따뜻한 가슴은 내가 어둡고 험한 골짜기를 지날 때 빛으로 나를 이끈 가장 큰 힘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마케도니아는 성 바오로가 하느님의 말씀을 들고 지나간 향취만이 아니라 위대한 정복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스의 고향이다. 그는 단지 영토를 확장한 정복자가 아니라 꿈과 이상이 원대한 사람이었다. 그의 세계관은 모든 사람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헬레니즘 제국을 건설하였고, 동서양의 문화가 하나로 융합되어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하길 바랐다. 

 알렉산드로스 제국의 성립으로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활발히 교류하여 그리스 문화와는 다른 문화로 발달하였는데, 이를 헬레니즘 문화라고 한다.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은 “모든 인간들은 이 세계의 시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세계는 하나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모든 인간들이 똑같은 목동 밑에서 풀을 뜯고 똑같은 성가신 일들을 겪는 양 떼처럼 똑같은 삶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를 정벌하러 가는 도중에 알렉산드로스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찾아갔다. 디오게네스는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은 그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선생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다만 햇빛을 가리지 말고 한 발짝만 비키시오.”디오게네스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나는 세계시민이다.”라고 말했다.

 그 시절 자신이 세계시민이라고 언급한 그는 과히 선구자적인 철학자였다. 그러나 세계시민 의식은 국수주의에 묻혀 오랫동안 잊혀졌다. 이때부터 이미 세계시민주의가 태동하였는데 아직도 세계시민주의의 길은 멀기만 하다. 정리 j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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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문정기

공학박사/과학문화평론가

전 국가과학기술위원

 

 

 

*본 기사는 강명구씨와의 협의에 의해 시리즈로 연재되는 특별 기획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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