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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604] 리뷰: 제5회 세시반 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4.02 09:19
  • 수정 2023.04.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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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리코디아 아트홀에서 4월의 첫날인 토요일 오후에 열린 살롱콘서트 세시반 콘서트

음악회는 대소 불구,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약속과 시간의 예술인 음악을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접점의 순간이 음악회인데 안 오신 분들을 기다리고 다 오시면 시작하는 게 아닌 정시에 음이 울려야 한다. 명시된 시각보다 5분 정도 지연되어 이날의 호스트인 피아니스트 박보경이 연단에 올라 오늘 음악회에 대한 해설과 함께 막이 올랐다. 카메라를 관람석 사이에 설치하는 바람에 시야를 가려 뒷자리에 착석한(안 그래도 바로 앞의 덩치 큰 남자 관객들 때문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필자는 공연 끝날 때까지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연주 모습은 정작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무관중 공연의 시대도 아니고 촬영을 해서 소장하고 싶으면 그건 관객 없이 하던가 라이브에서 하고 싶다면 주객전도가 아닌 음악을 들으러 온 사람의 편의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좌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변예진, 피아니스트 박보경, 비올리스트 김나영, 첼리스트 변새봄
좌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변예진, 피아니스트 박보경, 비올리스트 김나영, 첼리스트 변새봄

베토벤의 <헨델 오라토리오 유다 마카베오 변주곡>의 첼리스트 변새봄은 학구적이다. 고전주의 전형인 베토벤의 곡을 피아니스트 박보경과 함께 안정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교과서 같은 연주를 펼쳤다. 특히나 두 악기가 주고받는 페시지와 캐논 모방 후의 피아노의 날렵함이 생동감 있었고 베이스를 묵직하게 처리하면서 강세의 균형을 잡는 게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유일한 독주곡인 슈만 & 리스트의 <헌정>은 상술한 것처럼 카메라에 가려 제대로 보고 듣고 관찰할 수 없었고 비에나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2번 2악장 로망스는 바이올린의 변예진이 나왔는데(앞의 첼리스트와 자매인가???) 흘러내리는 보면대를 교체하고 개시했다. 보면대 탓할 필요 전혀 없다. 전체도 아닌 고작 협주곡의 2악장을 연주하면서 악보 보면서 하다니..... 연주는 군더더기 없고 깔끔했다. 피아졸라의 비올라 김나영에 와서 분위기가 환전되었다. 거추장스러운 보면대 없이 자신만만하고 시원하게 탱고를 전개해 나갔다. 이중 화음들도 잘 잡고 기동력도 있고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변화도 풍부하고 두꺼운 밀도를 가진 저음부가 있다. 홀이 소장한 피아노는 앞 곡 베토벤 같은 고전파 또는 성악이나 가곡 아님 입시나 콩쿠르의 반주에 활용되어 거기에 질이 들어버려 피아졸라의 날카로움을 비올라와 같이 찌르기에는 부적합했다. 1부의 솔리스트들이 지극히 얌전한 게 불만이다. 피아졸라의 <탱고>라면 거기에 맞는 복장과 의상이었더라면 더 몰입하고 일체화할 수 있었을 건데 세 명의 현악 연주자들 모두 단아하고 청순한 외향이 뭔가 화려함과는 간극이 있었다.

피아니스트와 비올리스트 사이의 카메라
피아니스트와 비올리스트 사이의 카메라

피아니스트 박보경의 해설과 스피치도 지나치게 청중을 배려하고 오늘 온 분들에 어떻게라도 쉽게 다가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박보경 자체 있는 그대로 본인 위주로 진행했으면 한다. 배우고 익히고 아는 대로, 그걸 상대방이(클래식 음악에서는 어차피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이고 수준차가 크고 관객들 대부분이 지인 위주의 이벤트성 연주다 보니)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는 두 번째 문제고 일단은 본인의 무대요 스스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야 한다. 2부 모차르트의 해설은 한결 편안해져 그녀가 자신에게 집중할수록 내 귀도 더욱 그녀의 말에 집중됐다. 지금까지의 출연자들이 모두 함께 나온 모차르트의 피아노 4중주 1번은 조화로웠다. 1악장 재현부 끝의 Bb의 선율전 비올라의 순발력은 놀라웠으며 박보경의 피아노는 이대출신 답게 또랑또랑했다. 그녀의 연주로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사단조를 언젠가 감상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손가락은 무겁지 않고 모토 달린 듯 날아다녔다. 그런 점은 특히나 3악장의 피아노로 제시되는 1주제에서 부각되었으며 리토르넬로라는 3악장을 현악기들과 교대로 번갈아 가며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주었다.

무대인사하는 연주자들
무대인사하는 연주자들

다음번 연주회에서는 리더인 박보경이 좀 더 카리스마를 발휘, 연주자들과 청중을 배려하지 않고 그녀의 페이스대로 휘어잡고 끌고 갔으면 한다. 외부로 쏠린 힘과 남과 비슷하게 맞춰야 된다는 부담 대신 음악회의 주인공은 나야!라고 깊고 완전하게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어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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