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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602] 리뷰: 리뷰: 2023 대한민국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 Virtuoso and Virtuosi 3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3.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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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3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의 4번째 공연인 Virtuoso and Virtuosi 3는 기타의 미리암 로드리게즈 브룰로바, 바이올린의 야로슬라프 나드르치키, 여미혜의 첼로와 진정원의 피아노로, 피아노 대신 기타가 함께하는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트리오 4번 '둠키'를 연주하였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야로스라프 나드르치키, 피아노 진정원, 첼로 여미혜
좌로부터 바이올린 야로스라프 나드르치키, 피아노 진정원, 첼로 여미혜

첫 곡인 기타로 연주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굳이 마이크를 가져다 대면서까지 소리를 확성 시키지 않고 어쿠스틱 기타 자체만의 고적하면서 쓸쓸한 음색으로 애처로움을 더 가중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어 첼리스트 여미혜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오래간만에 피아노가 아닌 기타와의 2중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첼로가 1악장 제시부의 1주제 악구에서부터 소리가 어긋나고 빈약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이듬해 WBC 준우승으로 야구의 중흥기를 열었던 그 당시의 선수들이 지금은 나이를 먹어 일선에서 물러나 코치나 감독 또는 해설 위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야구천재 이종범도 지금은 정후아빠로 바뀐 것처럼 무대에서의 실전과 강단에서의 교육은 엄연히 다르고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장사는 아무도 없다.

집시 바이올린이 나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골목 버스킹이다. 야로슬라프 나드르치키의 바이올린은 팔색조다. 곡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면서 때로는 짙은 검은색 눈동자의 슬라브 여인으로, 때로는 슬픈 눈망울을 한없이 머금고 과거를 회상하는 백발의 글루미 선데이와 같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1부를 마치고 오늘 더 이상 출연하지 않은 기타의 미리암 로드리게즈 브룰로바가 앙코르로 자신과 기타에 가장 맞는 곡을 연주했다. 역시 자기에게 맞는 옷을 입었을 때 가장 효과가 뛰어나고 몰입력도 커지고 자연스럽다는 사실만 확인시켰다.

기타리스트 미리암 로드리게즈 브룰로바
기타리스트 미리암 로드리게즈 브룰로바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바이올리니스트가 드보르자크의 3중주 4번 '둠키'도 당연히 잘할 거라 여겼더니 역시나 여과 없이 매력을 발휘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의 조합으로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소나티네'를 듣고 싶을 정도로 피아노의 진정원은 바이올린 나드르치키와 합을 잘 맞추었다. 다만 첼로가 좀 더 거칠고, 투박하고, 진한 흙냄새 물씬 풍기게 몰아갔더라면? 첼로는 종기엄마나 복길엄마같이 머리에 수건 동여맨 억척스런 양촌리 아낙네 대신 비엔나의 우아한 귀부인이자 백현동 사모님이었다. 그러다 보니 2악장 피아노의 C#단화음에 나오는 Adagio의 선율이, Vivace에서의 피치카토가 야성적이고 우악스럽지 않고 무난하기만 한 반면 바이올린은 3악장 마지막에서의 길고 긴 A고음을 그리고 3악장과 4악장에서의 피아노만의 2중주 선율에서는 매끈하게 잘 빠진 집시 댄서와 같이 섹시하기까지 하였다.

음악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산만하기 이를 데 없었고 흐름을 방해하는 박수들은 심지어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1악장 1주제 종지에서도 터져 나올 정도로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고민된다. 처음으로 열린 이번 대한민국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은 무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와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라는 최고의 프로그램이지만 3월 14일 다시 성남아트센터까지 갈지 말이다. 이번 페스티벌 내내 스타팅 오더에 이름을 올린 바이올리니스트 김삶이 빠진 공연이 이번 12일이라서 김삶이 주전으로 부다페스트 소모기 스트링 콰르텟(Budapest Somogyi String Quartet)에 오늘의 히어로 야로슬라프 나드르치키와 함께 나온다고 하는데.... 음악회 오는 사람들이여! 기본적인 프로그램과 에티켓이라도 숙지하고 오라고 당부 또 당부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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