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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96] 리뷰: 에드 무지카의 신년 음악회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2.16 09:40
  • 수정 2023.02.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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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5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미를 주축으로 창단된 에드 무지카(Ad Musica)의 연주회가 2월 15일 수요일 리드예술기획 주관으로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렸다. 이날 수록곡인 차이콥스키의 현악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현악앙상블 버전)과 동 작곡가의 피아노3중주에서 따온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음악회는 차이콥스키 말고도 쇼스타코비치와 카푸스틴이라는 20세기 범 소비에트 연방의 작곡가들을 한데 묶은 프로그램이었다.

리더인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이끄는 에드 무지카
리더인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이끄는 에드 무지카

원숙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말이든 연주든 원숙하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가 연주하는 곡을 몸에 깊게 체화 시켜야 한다. 지식과 기술의 축적을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며 쉬지 않고 연습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지 그게 바로 진정 자신의 것으로 몸에 익으며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고 여유 있게 표출된다. 그래야지 듣는 사람이 편안하게 감상하고 동감할 수 있다. 각 곡에 앞서 곡을 연주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나와서 연주할 곡을 설명했는데 유일하게 첼로의 임재성만 메모 없이 술술 해설했다. 음악회 전의 벼락치기 공부가 아닌 첼리스트지만 평상시에 곡의 구조와 배경에 대해 알고 있었고 어떻게 적용할지 알아 능수능란했다. 러시아 리듬을 이야기하면서 본인이 손수 노래까지 불렀는데 그 선율이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4악장인데 교향곡 4번 4악장이라고 헷갈린 게 굳이 꼽은 옥에 티였으며 나머지는 그가 얼마나 곡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가늠하게 하였다. 그게 그대로 2부의 <플로렌스의 추억>의 첼로 연주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론에 대해서 모르고 해설할 기회도 없어서 이런 대중들을 만나는 때에 마이크를 쥐어 준거라고 변호할 수 있고 연주자는 악기만 잘 하면 되지 대중들 앞에 서서 말하고 설명하는 건 안 해도 된다는 구시대적이요 기능인 마인드의 항변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말과 연주는 하나의 수원이다. 잘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 모르고 원숙하지 못하니 잘 못하는 것이다.

에드 무지카의 신년 음악회,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에드 무지카의 신년 음악회,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은 민속적인 색채가 드러난 무곡이요, 카푸스틴은 재즈와 록의 클래식과의 결합인데 각 곡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제스처를 특색 있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게 아닌 평면적이고 원만하게 다 처리하는 가운데 카푸스틴의 <5중주>를 연주한 제1바이올린의 황인영은 그래도 남달랐다. 여기서 다시 한번 다른 의미의 원숙함이 거론된다. 그저 말 잘 듣고 착하고 모나지 않은 무난한 완주가 아닌 곡 자체의 원천을 끄집어 내고 입체적으로 그려 내면서 전개해 나가려는 시도가 돋보이면서 다른 단원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2악장에서는 제2바이올린의 황영지까지 자연스레 동화되어 3악장에서는 네 명의 현악 주자들이 깊고 그윽한 현의 풍미를 연출하였고 피아노의 강자연은 거기에 대비되는 발랄함을 더해주었다. 앙상블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의 호흡이 관건이라 과유불급이었겠지만 황인영이 독주곡을 연주할 때는 분명 더 자유분방하고 열정이 넘치리라 본다.

무대인사하는 에드 무지카
무대인사하는 에드 무지카

에드 무지카란 이름으로 일 년에 몇 번이나 오늘의 단원들이 모이고 연습하고 팀워크를 다질까? 멤버 교체와 들락날락 없이 올 10월에 예정된 다음 정기연주회에서 지금보다 한층 융화된 앙상블을 선보일까? 리더인 교수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단체를 이끌어가야 되는 국내 사정상 형언할 수 없는 부침이 많은 게 자명한데 20명이 넘은 인원들이 형형색색의 옷으로 한 무대에 선 <플로렌스의 추억>처럼 한데 하나의 소리로 섞는 건 불가능할 일이다. 한 단체의 고유 응집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몇날몇밤의 동거와 합숙이 필수요 장기간의 연습이 필요한데 정기적인 봉급을 받는 곳도 아니요 그때그때 이벤트성으로 모이는 연주자들의 합산에 그것까지 기대하는 건 과도하다. 무엇보다 어떤 국내 단체든 현직 교수와 몇몇의 뜻이 맞는 조력자들과 함께 한 단체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교수와 리더의 강한 카리스마와 의지를 표방한다. 어쨌든 음악가들이 있어야 할 곳은 무대이고 무대에서 꾸준히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한 거 아니겠는가! 그게 바로 나중에 돌아보면 하나의 업적이 되며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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