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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2.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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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

 

재료를 들여 만드는 행위를 짓는다라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나와 형제들을 위해 없는 살림 속에서 늘 밥을 지으셨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가이 없는 당신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밥을 짓는 일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보릿쌀을 삶아 살강에 매달고 끼니마다 배골케 안하시려던 당신은 내 삶의 생명이셨습니다.

 

의식주에 주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설 전에 구룡마을 판자촌 화재가 났습니다.

설화가 많지만 오갈데 없는 당신들 삶이 걱정입니다.

집을 짓는 일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채우는 행위입니다.

집을 짓는 사람들의 모든 행위는 인간의 몸짓입니다.

어머니는 그런 몸짓을 매일 세번 씩 반복하신 겁니다.

 

시를 쓰는 행위도 글로 밥을 짓는 행위와 같습니다.

땅을 파고 기초를 다지고 철근을 넣고 골조를 세우는 일입니다.

레드믹스트콘크리트 대신에 내 사상의 언어를 비벼 넣는 행위입니다.

언어의 조합이 완성될 때 나의 건축물이 완성됩니다.

 

어머니는 밥을 짓고

건축사는 집을 짓고

나는 시를 짓습니다.

맨 땅에 헤딩을 하며 무언가를 짓는 행위는 나 아닌 남을 위한 창조입니다.

제발 내 행위가 당신을 위로하는 창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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