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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시첩] 발자국

김문영 글지
  • 입력 2023.01.22 15:42
  • 수정 2023.01.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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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당신이 떠날 채비를 하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 그치면 가세요

힘없이 말하는 사이에 눈발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부득불 떠나는 당신의 발자국을 흰 눈이 덮습니다 

멀어지는 당신의 모습 뒤로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당신이 있던 자리에 흰눈이 소복소복 쌓입니다 

삶은 그저 살아지는 것 노심초사 하지마세요

떠나면서 한 당신의 말 위에도 흰 눈이 쌓입니다

1번 찍은 사람들의 거대한 상실감 위에도 눈은 내리고

2번 찍은 사람들의 자르고 싶은 손가락 위에도 눈은 쌓이고

기권한 사람들의 무책임 위에도 눈이 내립니다

퇴행과 역행하는 정치 언어들이 폭설처럼 쏟아져도

번개처럼 변하는 세상은 가속질주하여 어느새 웹3.0시대

상생을 버리고 남을 죽여야 내가 사는 전쟁을 치르는 사이

현실을 업신여기는 가상 혹은 디지털 세상이 펼쳐집니다 

창조적 인간을 추종하는 인간 뒤로 잉여인간이 넘치고

나는 노심초사하는 발자국을 남기며 눈길을 걷습니다 

발자국 마다 눈물이 고입니다

아픈 발자국 위에 또 눈이 쌓입니다 

당신이 떠난 이후에도 나는 살아냅니다

발자국 없는 눈길을 반려견 구름이가 힘차게 달려옵니다

인생은 반려견 구름이의 뜀박질 같은 것

인생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는 것

인생은 뽀드득 뽀드득 눈 위에 남겨지는 발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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