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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김홍관 시인
  • 입력 2023.01.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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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남기려 하지 않아도 남는 것이 있다.

살아 가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살지만

모든 시간들은 나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몸짓이다.

단지 그 위대한 일들을 나는 모르고 지나는 것이다.  

 

겨울바다 모래톱을 밟았다.

모래톱에는 여러 흔적이 찍혀 있었다.

그 가운데 아이 발자국이 눈에 띈 것은 그 애의 미래를 축복하는 것이다.

바다가 쓸고 간 자리에 빈 껍질만 남은 조개껍데기가 있었다.

바다가 남긴 선들도 흔적이요

모래에 박혀 있는 조개 껍데기도 역사이다.

역사는 무언가가 남긴 흔적이다.

 

남기려 해도 남기지 못하는 일들은 허다하다.

자기가 살았던 흔적을 내새우려

자기가 걸어온 발자국을 확인하려할 때

그 흔적은 허무해 진다.

허무를 모르고 사는 인간 무지의 한계이기도 하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라는

공자의 말을 떠올린다.

흔적은 허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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