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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86] 전격 리뷰: 영화 글래스 어니언-음악의 비밀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3.01.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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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은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 탐정 추리극이다.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아 2022년 12월 23일 공개한 <글래스 어니언>은 007 제임스 본드로 알려진 대니얼 크레이그와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 그리고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자넬 모네 등이 출연한다.

영화 글래스 어니언 포스터 
영화 글래스 어니언 포스터 

제목인 <글래스 어니언>은 원래 17-18세기 유럽에서 선박에 술을 담아두던 양파 모양의 유리병인데 1968년에 비틀즈가 자신의 앨범에 수록곡으로 동명의 노래를 실었고 영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장면에 나오는 노래가 비틀즈의 <글래스 어니언>이다.

글래스 유니온 건물
글래스 유니온 건물

영화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게 바흐의 <사단조 작은 푸가, bwv 578>이 기품있게 흘러나온다. 한창 초대장이 든 선물 박스를 개봉하기 위해 애를 쓰는 와중에 카메오로 등장한 첼리스트 요요 마가 곡 제목과 함께 푸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서 언박싱의 힌트로 작용한다.

또한 바흐 시대 바로크 악기인 하프시코드가 배경음악의 악기로도 사용되고 여자 주인공 '엔디'의 테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과 같은 삼연음부의 모티브로 되어 있다.

모나리자와 같은 표정, 앤디 역의 자넬 모네
모나리자와 같은 표정, 앤디 역의 자넬 모네

사람들을 자신이 소유한 그리스의 작은 섬에 초대하는 마일스(에드워드 노튼 분)은 마치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초호화 IT 갑부들의 모습을 섞어 놓은 거 같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 경구 스프레이를 뿌리고 이제 안심하라는 대목에서는 전 인류가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데(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 몇몇의 선택받은 이들은 미리 검증되고 안정된 치료제인 백신으로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007이 아니라 탐정이다! 블랑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
007이 아니라 탐정이다! 블랑 역의 대니얼 크레이그

제일 처음에는 번역이 잘못되었나 싶었다. 아니면 오타인가 싶었다. 그리고 예의와 격식을 차리면서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 탐정 블랑(대니얼 크레이그 분)의 영어가 왠지 극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고 고루하다 느끼는 찰나, 그게 잘못된 번역과 오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언어유희의 대표적인 장면은 23분 20초에 나오는 정시에 울리는 시계 알람 소리 '덩'이다. 이 곡을 작곡하고 녹음한 사람은 미니멀 음악의 대가 필립 글래스이다. 작곡가의 성이 Glass인데 사람들이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 하면서 틈만 나면 '덩'하고 소리가 울려 맥이 빠지면서도 극의 긴장을 풀어주고 의도치 않은 릴랙스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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