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플라스틱 11]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22:26
  • 수정 2022.12.31 23:5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o More Plastic 2050 로드맵이 가능할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플라스틱을 만들기 때문.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장기 로드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곳에 플라스틱이 함께 하고 있다. 대량 생산되어 단기간 내에 소비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의 환경 오염을 줄이려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부와 소비자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플라스틱의 전 과정에 걸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많기 때문. 아주 단순하다.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으면 플라스틱 문제는 해결된다.

플라스틱 생산을 규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사용 기간이 짧은 플라스틱은 바로 포장재다. 특히 식품 포장재가 주범입니다. 지난해 그린피스 플라스틱 조사에는 시민 2천6백명이 참여해 모두 7만 7천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집계됐습니다. 이중 제조회사가 확인 가능한 폐기물의 기업들 순위를 매겨봤더니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식음료 회사입니다. 1위는 롯데칠성음료, 2위는 CJ제일제당, 3위는 농심, 4위 롯데제과, 5위 한국코카콜라. 상위 10개 기업이 만든 폐기물은 전체 집계된 폐기물의 25%였습니다.  [1]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10개 회사, 출처 : MBC 뉴스 2022. 09. 17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10개 회사, 출처 : MBC 뉴스 2022. 09. 17

MBC 취재팀은 취재팀은 이중 5개 회사에 연락해 제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지 자료를 요청했다. 롯데칠성음료 연간 5만4381톤, CJ제일제당 3만4865톤, 농심 2만3988톤. 모두 합치면 12만 2507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만들면 122억 5천 7십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1]

놀라운 점은 기업별 사용량 순위가 폐기물 순위와 일치한다. 기업들이 만들면 소비자는 그대로 쓸 수 밖에 없다.

물론 기업들이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플라스틱 병의 무게를 줄이고, 과자 비닐포장 안쪽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애고, 생수병 라벨을 없애고, 캔 햄의 뚜껑을 없애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충분할까? 정말 무게 줄이고 뚜껑 없애면 플라스틱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까? MBC 취재팀이 만난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얼만큼 줄이겠다는 정확한 로드맵과 플라스틱을 대체할 포장재의 활용과 같은 혁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

WWF, "No Plastics in Nature" 캠페인

No Plastics in Nature 전략의 목표는 전 세계에서 2030년까지 자연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을 방지하는 것이다. WWF(세계자연기금)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전 세계적으로 재활용률을 높이며, 재생재 및 대체재의 사용으로 근본적인 플라스틱의 산업 구조가 지속가능한 모델로 변화할 수 있도록 기업과 협력하고자 한다. [2]

​플라스틱의 소재와 제품의 재설계를 통한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비롯하여 유통, 소비, 배출, 재활용 단계에서 효과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업들과 국내외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다 함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WWF는 쓰레기 줍기 활동과 같은 캠페인 뿐만 아니라 정부 및 파트너 기업과 협력하여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폐기, 재활용 단계를 아우르며 산업 전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WWF의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라인은 설계 및 디자인 단계, 유통 및 소비, 배출 단계, 수거 및 재활용 단계 등 전 과정 단계별로 나누어지며, 다음 그림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2]

설계 및 디자인 단계는 생산 또는 생산 전단계에서 원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사용, 재활용을 촉진하는 분야로, ‘신재 사용량 줄이기’, ‘제품 수명 연장’, ‘재활용 용이 설계’, ‘생분해성 높이기’로 구분할 수 있다. ‘신재 사용량 줄이기’는 경제적인 부분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가이드라인이다.

​설계 디자인 단계에서 제품의 경량화를 추진하고 재생재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환경적 측면 외에도 경제적, 기술적, 기능적 측면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플라스틱을 무조건 안쓰는 것이 친환경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종이와 같은 대체재 접근 방식은 신중해야 하며, 재사용을 추구하는 ‘제품 수명 연장’은 관련 기업들의 과감한 목표 설정과 실천 및 소비자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재활용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한 ‘재활용 용이 설계’는 규제 정책 중심의 정부가 주도하고 있으며, 제조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플라스틱의 난분해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많은 ‘생분해성 높이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사회윤리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기존 석유화학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유통 및 소비, 배출 단계는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단계다. ‘포장재 감축’은 과대 포장에 현혹되지 않는 소비자의 선택, 정부의 정책 강화와 함께 업계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포장재 문제 해결 없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회용품을 재사용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유통, 음식료품, 외식, 배송, 렌탈서비스 등 다양한 업계에서 재사용 시스템 구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소비자와 함께하는 캠페인’은 친환경 소비를 강화하고 친환경 생산을 다시 견인한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소비자 캠페인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선례가 될 수 있다. 이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대동한 장기적 발전을 염두에 두고 플라스틱의 대안과 감축 방안을 소비자와 함께 찾아야 한다. 이를 인식한 선도 기업들의 활동으로 이미 시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

수거 및 재활용 단계에서는 재활용 기술개발, 재활용·재사용 플랫폼 구축, 업사이클링 등이 비즈니스 모델로서 주목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시장이 활발하지 못한 상태여서 스타트업의 도전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들과 함께 정부와 대기업, 시민사회 간의 협업 또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결국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비즈니스 생태계 안에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선도 기업들이 환경적 영향을 줄이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소비자, 정부, 환경단체를 포함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원유에서 시작하여 원료 및 제품 생산, 사용, 폐기(재활용 포함)단계를 포함하는 다양한 산업군과 연계되어 있는 플라스틱은 관련 업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 플라스틱 자체와 그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종은 기업 간의 B2B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기에,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고급 재생재 생산,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등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과 유통, 운송, 요식업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업은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특성으로 인해, 국내외 규제 대응, 제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다양한 플라스틱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실천 활동이 필요하다.

​수거 및 재활용 단계에서의 기업 활동은 산업 규모 측면에서 과소평가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재활용·재사용 플랫폼, 업사이클링과 같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군별로 장·단기적인 상황이 다르더라도 다같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을 맞춰가려면 다자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COVID-19사태로 인해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다시 허용되며 배달음식, 택배 등으로 인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편의성 및 위생의 문제로 플라스틱 위기는 단번에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의 전 주기 단계별 감축 노력을 찾아볼 수는 있으나 현재 상태의 순환경제 체제에서는 그 효과가 미비하다. 모두의 노력을 극대화하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의 공급망에 존재하는 모든 기업들의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닫힌 순환체계(closed loop)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면 경제적인 비용도 절감하고 플라스틱의 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자료]

  1.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가능할까?, MBC 뉴스 2022-09-17

  2.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2020),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