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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9] 수거 및 재활용 단계에서 폐기물 감축과 Up-Cycling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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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미래산업, 업사이클
아직 시장규모가 작고,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플라스틱 재활용 절차를 보면 가정에서 배출한 혼합 재활용품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PE, PP, PET, 비닐 등으로 선별되고 압축된다. 단독주택 지역의 경우 지자체 공공선별장에서 선별작업이 이루어지는 반면,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는 대부분 민간수거 및 선별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재질 별로 선별된 폐플라스틱은 각 재활용 공장으로 운송되어, 파쇄·세척 후 건조과정 또는 용융·압축·성형 등을 거쳐 재생칩 또는 재활용품으로 재탄생한다.

한겨레신문 2019.06.04 "전국은 쓰레기로 신음 중"
한겨레신문 2019.06.04 "전국은 쓰레기로 신음 중"

​폐플라스틱의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데 반해, 선별 잔재물 처리 비용과 인건비 상승, 선별 비용의 증가 등으로 민간 선별업체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정부에서는 재활용 가능 자원의 가격 하락 방지와 물질재활용의 활성화를 위해 플라스틱 제품 생산 시 일정비율은 반드시 재활용 원료를 사용토록 하는 방안 또한 검토되고 있어 관련 기업의 관심과 사전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영세한 업체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하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대응도 미비한 상황이다. 하지만 테라사이클은 현재 21개국에 진출하여 재활용 프로젝트로 연간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중국의 스마트재활용 플랫폼 샤호황고우(Xiaohuanggou)가 1억 6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 폐기물 재활용과 관련한 세계 시장은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쓰는 물건을 기부하고 소득공제를 받는 등의 공익사업을 모델로 2002년 문을 연 ‘아름다운 가게’가 현재 매장 수 100곳이 넘게 성장한 사례를 갖고 있다. [1]

​1. 재활용 비즈니스 개발

재활용 기술 개발

지자체 공공선별장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의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잔재물의 비율이 약 40%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선별장들은 수선별, 기계적 선별, 광학선별 등을 혼합하여 선별공정을 구성하고 있으나, 선별 효율이 낮고 재활용품의 파손과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폐플라스틱의 재질별 선별은 재활용의 질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공정이다. 이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특성에 맞추어 선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및 시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1]

​선별기술은 주로 근적외선(NIR) 분광기술에 의한 광학선별 및 노즐분사 장치를 사용하는 TOMRA Sorting Recycling(독일)이 세계시장의 60%를 점유하며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도에 이오니아이엔티에서 광학선별과 노즐분사를 이용하여 선별율 95%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재질별 자동분리선별기를 개발하여 경남 밀양시와 경기도 용인시에서 운영 중인 사례가 있다.

재활용 선별장 작업과정
재활용 선별장 작업과정

수퍼빈은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재활용·선순환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목표로 인공지능 용기 회수 로봇 ‘네프론’을 제조,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네프론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판단하고 자동 선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테이터 기술이 접목된 자판기 모양의 인공지능로봇 또는 빈용기 회수기이다. 네프론의 핵심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정확히 선별하는 기술이다. 폐기물을 품목별로 자동 분류해 압착하고, 캔과 병을 넣은 사람의 휴대폰에 개수만큼 포인트를 적립하고 일정 포인트 이상 쌓이면 현금화도 가능하다. 2016년 11월 첫 설치된 네프론은 현재 전국에 110대 운영 중에 있으며(2020년 5월 기준), 캔 약 440만개, 페트병 480만개를 수거하였다(2019년 6월 기준). [3]

재활용 플랫폼 구축

테라사이클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폐기물을 수집해 소각이나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재사용, 새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회수-재활용-홍보마케팅까지 통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수의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활용 공법을 자체 R&D

팀에서 개발하기도 한다. 재활용 설비공정을 보유한 재활용 업체와의 협력 네트워크 또한 구축되어 있다.

​테라사이클 코리아는 2016년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하기 위한 컨설팅 사업에 나서며 한국의 여러 기업들과 손잡고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피앤지·이마트와는 플라스틱 수거 캠페인을, 락앤락·해양환경공단과는 밀폐용기와 해양플라스틱 재활용 캠페인을 실시했으며, 2020년에는 빙그레·김해시와 ‘바나나맛우유 공병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4]

​테라사이클은 2019년 펩시, 네슬레, 유니레버 등 25개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제로웨이스트 이커머스 플랫폼(포장재 순환 플랫폼) ‘루프’ 사업을 시작했다. 참여 회사는 일회용품 대신 여러 번 사용 가능한 재질의 용기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스테인레스스틸 용기를 사용하고, 펩시는 오렌지주스를 유리병에 담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루프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각 브랜드는 유리병 등 다회용기에 담긴 제품을 루프에 보내고, 루프는 이를 다시 재사용 포장박스에 담아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소비자가 사용 후 다회용기가 담긴 포장박스를 문 앞에 내놓으면 루프가 이를 수거, 세척 후 각 기업에게 보내고, 기업들은 다회용기를 다시 재사용하는 구조이다. 루프는 2020년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테라사이클 코리아는 2022년까지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루프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기나 포장재 대신에, 다회용기와 재사용 포장박스를 소비자로부터 다시 회수, 세척해서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방식의 재사용 비즈니스이다. 하지만 1970~8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존재했던 병우유 배달모델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며 다회용기의 배송, 회수, 세척을 담당하는 재사용 플랫폼이 존재한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Loop 제품 사진 (출처: 루프 Loop)
Loop 제품 사진 (출처: 루프 Loop)

2. 업사이클 시장

​재활용보다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업사이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이용해 기존의 소재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물질재활용은 재활용 과정에서 신재 대비 품질 저하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다운 사이클링(Down-cycling)이라고도 한다.

가치를 더욱더 높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
가치를 더욱더 높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업사이클 브랜드는 1993년 만들어진 스위스의 프라이탁이다. 비가 와도 젖지 않는 튼튼한 가방을 만들기 위해 프라이탁형제는 플라스틱 소재인 타폴린으로 만들어진 트럭용 폐방수포를 이용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은 업사이클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용 후 폐기되는 방수포를 잘라 만들기 때문에 생산되는 가방의 색깔과 무늬는 모두 다르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세상에서 하나뿐인 제품을 구매하는 셈이기에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 프라이탁은 1993년 설립 이후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5]

스위스 패션업체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 방수천·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제작, 판매
스위스 패션업체 프라이탁(Freitag)은 트럭 방수천·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제작, 판매

국내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수거 공병에 대한 업사이클 및 재활용을 위해 2013년부터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시행하며 화장품 용기에 대한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리와 플라스틱의 원료를 분류하여 다시 화장품 용기로 제작하거나 화분, 향초, 예술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 공병과 초고강도콘크리트(UHPC)의 혼합물을 이용한 벤치,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작업은 주목할 만하다. [1]

​2020년 6월 환경디자인 스타트업인 라디오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일부 브랜드 매장에서 수거된 화장품 공병 1,400여개를 파쇄하여 초고강도 콘크리트와 섞은 테라조 기법을 적용한 업사이클링 벤치를 선보였고, UHPC 전문기업인 디크리트(DCRETE) 및 서울문화재단은 다양한 업사이클 작품을 아모레스토어 광교 등에 전시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삼표와의 협업으로 UHPC+ 플라스틱 공병 업사이클 벤치를 제작하여 시민을 위한 쉼터로 활용하고자 종로구에 기증하였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와 타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플라스틱 재활용 사례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에 대한 시행착오 과정 등을 공개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6]

삼다수 페트병으로 만든 패션 아이템

업사이클이 거버넌스 차원에서 다자간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사례도 있다. 제주삼다수는 페트병을 재생섬유로 재활용해 만든 패션 아이템인 ‘플리츠마마 제주 에디션’을 2020년 6월 출시했다. 여름 니트와 가방으로 구성된 업사이클 제품들은 제주개발공사와 효성TNC, 플리츠마마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제주개발공사가 ‘제주인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이를 이용해 효성TNC가 폴리에스테르섬유를 생산하면 패션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가 가방 등 최종 제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7]

버려진 식자재도 다시 태어난다!

업사이클링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다. 식품에 적용할 경우 ‘푸드 업사이클링’이라 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약 40억 톤의 식량이 만들어지는데, 그중 3분의 1은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된다. 여기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환경 파괴를 가속화 시킨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8]

서로를 구하다, 119 REO

불길 속의 영웅 소방관, 그들은 누가 지켜줄까요?

소방관은 각종 유독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공무를 수행한다. 이로 인해 직업병을 앓는 소방관들이 많다.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질병의 인과관계를 직접 입증해야 해야 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나, 암의 경우 발병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개인이 입증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죠.

​119REO는 이러한 소방관의 근무 환경 실태를 알리기 위해 업사이클링을 적용했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폐소방복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게 된 거죠. 방화복의 사용 가능 연한인 3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 매년 약 1만 벌이 폐기되며, 소방서는 폐기물 비용을 지불하며 버려야 한다. 이를 119REO가 무상으로 수거하여 깨끗하게 세탁 후 방화복을 분해한다. 분해된 방화복은 가방, 지갑, 팔찌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방화복은 열에 강한 방향족 폴리아마이드 섬유인 아라미드(aramid fiber)를 사용하기 때문에 굉장히 튼튼하다. 수명을 다해 폐기된 방화복은 소방현장에서는 기능이 떨어지겠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는 아주 훌륭한 소재로 제품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 [8]

바다를 지키는 패션 아이템!

패션이 과거에는 그저 몸을 보호하고 가리기 위해 입는 옷에 불과했다면, 현재는 본인의 개성과 의식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환경 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을 생각하는 패션 트렌드까지 생겨났다. 이를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라 한다. 컨셔스 패션에 동참하면 환경보호와 함께 보다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쇼핑을 할 수 있다.

폐그물을 활용해 만든 마리너백. 사진 출처 : 컷더트래쉬
폐그물을 활용해 만든 마리너백. 사진 출처 : 컷더트래쉬

바닷속을 떠다니는 폐그물은 해양 생태계의 골치거리다. 많은 바닷속 생명체들이 폐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컷더트래쉬는 바닷속 부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다. 폐그물로 만들어진 마리너백(MARINER)은 내구성이 좋고, 일반 가방과 다를 것 없이 스타일리쉬하고 실용적이다. 함께 사용된 패브릭 또한 의류 공장에서 사용하고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사용하여 가치를 더했다.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는 컷더트래쉬는 수익금을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8]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는 약 100여 개이며, 대다수가 4년 미만의 신생기업으로 연 매출 5000만원 미만이다. 국내 업사이클 시장 규모는 40억원 미만으로, 재활용제품 매출 규모(5조원)의 0.01% 가량에 불과하다.42 프라이탁 같은 기업들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국내 업사이클 시장이 앞으로 더 활성화되어야 하며 소비자와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온오프매장, 지원센터, 소재공급 인프라 구축 등이 요구되고 있다.

AI 등을 이용한 재활용 기술개발, 혁신적인 재활용 플랫폼 구축, 폐기물을 높은 부가가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 사업은 수거 재활용 단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들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경우가 많고, 시장 또한 덜 성숙되어 있다. 국내외 모두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의 도전이 두드러진 분야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창의력과 혁신을 받쳐줄 정부와 대기업, 시민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자적인 사업보다는 지자체, 대기업, 환경단체들과 협업하는 비즈니스 추세가 국내에서도 보이고 있다.

2022 ESG 친환경 대전 사진

 

​[참고자료]

  1. <플라스틱 비즈니스 가이드>(2020),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

  2. 폐플라스틱 재질별 자동분리, 한국경제 2006.02.14.

  3. 수퍼빈 웹사이트

  4. 테라사이클이 없는 세상 꿈꾸죠, 그린포스트코리아 2020.02.20.

  5. ‘쓰레기 패션ʼ이 수십만원 호가하는 이유, 매일경제 2018.07.23.

  6. 화장품공병으로 만든 벤치가 나왔다, 한국경제 2020.06.09.

  7. 가방으로 변신한 제주삼다수, 매일경제 2020.06.05.

  8. 업사이클링으로 ‘버려진 것’들의 무한한 변신! 식자재부터 패션, 생활용품, 현수막까지!, GS칼텍스 미디어허브

  9. 전국은 쓰레기로 신음 중, 한겨레신문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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