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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멀어진다.

김홍관 시인
  • 입력 2022.12.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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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멀어진다.

 

모든 사물에는 냄새가 있다.

모든 말에도 냄새가 있다.

사랑에도, 이별에도, 기다림에도...

아버지 냄새는 엄격했고

어머니 냄새는 포근했다.

 

가을이 멀어진다.

가을 냄새를 맡아보기로 했다.

쓸어도 쓸어도 자꾸 떨어지는 낙엽은

멀어지는 계절이 아쉬워서 계속 떨어지나 보다.

모아 두었던 낙엽을 태운다.

낙엽 타는 냄새는 추억 냄새 같다.

기억하기 싫은 추억도 낙엽이랑 태우면 좋겠다.

 

모든 멀어지는 것은 아쉬움이다.

가을이 지나면 코끝 짜릿한 겨울이야 오겠지만

화사하지만 점잖은 국화가 그립고

햇살 잔뜩 머금고 익어간 온갖 과실이 생각나고

이야기하지 못한 고백이 아쉽다.

 

멀어짐은 새로운 무언가가 다가옴을 의미한다.

자고 일어난 새벽, 대지를 하얗게 덮은 서리가 싱싱하고 푸르렀던 남은 여름을

단숨에 누그러뜨린다.

긴 겨울이 찬바람과 몇 덩이 눈을 가지고 오겠고

겨울은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겠다.

잉태한 생명은 어머니 같은 봄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겠지.

 

가을이 멀어지는 것은 시간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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