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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이야기 3

정문섭 전문 기자
  • 입력 2022.11.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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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되나요?

운전자라면 누구나 뒤에서 길을 비켜달라는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부분 차량은 길을 비키려 애를 쓰지만 협조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이따금 발견되곤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먼저 소방기본법 제21조1항 ①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자동차(지휘를 위한 자동차와 구조·구급차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 활동을 위하여 출동할 때에는 이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1항 ‘소방자동차에 진로를 양보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제56조(과태료) ②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의2. 제21조제3항을 위반하여 ‘소방자동차의 출동에 지장을 준 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방기본법 때문에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고 양보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이 심히 상하는 일입니다. 이런 때에는 선조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정조의 총애를 받다가 모함을 받아 전라남도 강진으로 유배를 당합니다. 이때 아들이 아버지를 구하겠노라고 편지를 써서 다산에게 보냈습니다. 편지를 받아든 정약용은 답장의 글을 이렇게 썼습니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또 하나는 이해(利害),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이 두 가지 저울에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첫 번째 시리(是利)는 옳은 일을 하여 결과도 이로운 경우로, 더 바랄 것이 없으며, 두 번째 시해(是害)는 옳은 일을 하고 손해를 본 경우지만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한다.

그런데 아들이 세 번째 비리(非利), 즉 그른 짓을 해서 이득을 보는 경우로, 자칫 잘못하면 네 번째 비해(非害)로 갈 수도 있는 사안인데 어찌 이를 내게 권하느냐고 점잖게 훈계하는 내용이다.

즉,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려고 하다가 차가 긁힌다거나 약속 장소에 늦으면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는 시해(是害)의 경우가 된다.

그렇다고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아 소방관들이 초동 화재진압에 실패한다면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정약용은 세상사에는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싫어서 세 번째를 하려다가 네 번째가 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끼어들기 차량을 보고 나만 손해 볼 수 없어서 끼어들기를 하려다 교통단속에 걸리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고 본 것이다.

소방차의 화재진압은 분(分)이 아니라 초(秒)를 다투는 화급한 문제이다. 단순히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명과 재산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 그 누군가가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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