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3.16:21.
筆寫 필사하는 마음은 뭘까. 요즘 자꾸 생각나는 단어다. 작품 때문에 모르는 배우와 앉아 서로 취미를 묻다가 서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걸 알게 됐다. 그분은 필사 모임을 갖는다고 하셨다. 좋은 글이나 어떤 문학을 쓰는 일을 필사라 한다. 베껴 쓴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암기하라고, 체벌로써 주시던 행위. 나도 가끔 좋은 시를 보면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그 당시 쓰라고 했던 시를 다시 노트에 적어본다. 이제는 누가 쓰라 강요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 시도 적어본다.
일전에 어느 다큐에서 박경리 선생님이 나오셔서 <토지> 필사에 대해 말씀하셨다. <토지>를 혈육과 가족들에게 필사하라 권하신다 하셨다. 그 작품엔 많은 인간이 나오니 그 인간들을 마음에 담아보라고 하신 게 아닐까. 나는 그래서 필사란 좋은 글을 눈과 마음에 담는 것이라 생각한다. 설명할 수 없는 감상을 담을 수 있는 재미난 기술이다.
친구와 술 한잔 하고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봤다. 흐린 날인데 너무 빛나는 별이 있어서 손으로 가리켜 저거 보라 했다. 친구는 위성이라 했다. 별이나 위성이나 돌, 금속 뭐 비슷하니까, 빛나는 존재니까 본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필사하고 싶어서 스스로에게 둘러댈 핑계가 필요했을 뿐.
근데, 마음에 담으려고 필사를 했지만 어쩐 일인지 글 쓴 사람의 생각이 뭔지 느껴진다. '안다', '앎'이란 것은 착각인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것 같다.' 나중에 누군가의 마음이 궁금하면 필사하듯 따라 해 봐야겠다. 같은 걸 보고 듣고 맛보면서 상대방을 베껴 해 보면 조금 더 알 수 있고 가까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