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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60] 리뷰: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장르탐구 10주년 기념 독주회 시리즈 III 'Etude'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7.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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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일요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7월 17일 오후 7시 30분,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독주회는 소나타, 모음곡에 이어 그녀의 장르탐구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하는 세 번째의 주제는 '에튜드', 즉 연습곡으로서 체르니부터 낭만시대의 슈만과 리스트를 거쳐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작곡가 신만식까지 이어진 대장정이었다.

박종화 피아노 독주회 전단 앞면

우리가 아는 그 재미없고 딱딱한 체르니가 아니다. 체르니야말로 한국에서 억울하다. 모차르트 못지않은 천재성을 보여 10살에 데뷔한 피아니스트로 베토벤의 제자이자 리스트의 스승이며 피아노로서 표현할 수 있는 기교적인 많은 음형들과 연주법을 고안해 내고 그걸 계승, 발달시키기 위해 손수 수많은 연습곡들을 작곡하며 후대의 피아니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장이 특히 한국에서는 코흘리개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기 위해 거쳐야하는 지루한 관문정도로, 그리고 등수 매기고 측량하는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기질상 체르니 몇 번을 치냐로 승부를 가리는 판관 정도로 치부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오늘의 박종화가 연주한 세 곡의 체르니는 기교적으로도 우수하지만 살롱음악의 풍미를 전하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한 작품들이었다. 그의 작품번호 op.740의 5번이 없었다면 이날 연달아 연주된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의 대 연습곡' 1번도 태어나지 않았을 정도다.

오늘 음악회는 작곡가 신만식의 작품이 연주되어 방문했다. 사전에 받은 포스터에는 작곡가명만 기입되어 있어 작품들을 모르고 갔다. 슈만이야 으레 짐작할 수 있고 체르니야 하논과 더불어 '연습곡의 아버지'니 어떤 곡을 해도 별로 놀랍지 않았겠다. 리스트라고 해야 에튜드 중의 몇 곡 하겠지 하고 지레 예측했는데 박종화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 전곡을 들고 나왔다. 그게 왜 대단하냐고? 요즘 안 그래도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세미 피날레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을 완주해서 그걸 보고 리스트 연습곡에 대해 으레 또 그 건방진 기고만장함이 도져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실황으로 전곡 다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평생 몇 번이나 있을지 가늠해 보라! 그리고 약관의 청춘들 말고 기성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무대에서 라이브로 치는 게 얼마나 드물 정도고 대단한 도전이란 걸 아는 사람들은 박종화의 연주에 불문곡직 큰 박수를 보내리! 3번 '라 캄파넬라'가 끝나고 대기실에 가서 물 한잔 마시고 숨 한번 돌리고 나와도 될 정도로 벅찬 여정이요 박종화도 피아노와 연주자 사이의 그 1미터도 안되는 팔이 건반에 닿을 정도 내에서의 공간에 남아 있는 엔딩의 음향 덩어리를 사방에 다 뿌리고서야 심호흡을 하면서 4번으로 넘어갔다. 산 넘어 산이다. 더불어 오늘 독주회의 끝 곡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역시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이니 음악회에 장르탐구란 제목을 붙여도 떳떳하고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마치 달려라 하니가 피아노에 앉아 있는 듯했다. 그녀는 달리고 달렸다. 필자라도 홍두깨가 되어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독려하고 같이 달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는 숱한 난관과 고비, 역경을 뚫고 '파가니니 대연습곡'을 그리고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완파했다.

박종화 피아노 독주회 전단 뒷면

작곡가 신만식의 2019년작 '엘리를 위한 연습곡'(Etude for Elise)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엘리제를 위하여를 그대로 두고 오리지널 작품의 원형에 재즈적 수식과 연습곡적인 제스처를 가미해서 꾸민 베토벤의 현대판 재해석이다. 올 6월 초,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에 신만식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중 '휴식'(Der Rast)의 선율을 개파해서 사용하였으며 7월의 위 솔로이스츠 연주회에서는 "만약 내가 베토벤이었다면?", "만약 내가 베토벤을 만났더라면?" 등의 줄임과 축약 그리고 생략으로 되어 있는 가정과 질문으로 촉발, 베토벤의 현악5중주 op.104 1악장에서 모티브를 차용하며 그 곡의 형식을 가져오면서 얼개를 유지한 채 그 안에 신만식 만의 내용을 새로 담더니 그게 2019년부터(또는 그전부터일지도....) 시도한 그만의 작업방식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작업 궤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의 유물들과 연결망을 형성하는 코드들을 사용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한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이질적인 영역이라 생각한 것들을 공유하며 교섭을 꾀한다.

도돌이가 없었다. 슈만이 이 곡을 처음 출판했을 때의 그 모양 그대로 총 18개의 악장을 전부 구성한 '교향적 연습곡'이었다. 마지막 피날레의 승리의 개가에 지금까지의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다 사라지고 박종화가 장인(Virtuoso)의 기운으로서 고양된다.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연주지만 언제다 다른 색깔의 유리를 통해서만 보여주려고 달리는 '하니' 같은 피아니스트 박종화의 네 번째 장르탐구는 어떤 양식을 정해 언제 열릴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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