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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상실

김문영 글지
  • 입력 2022.05.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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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상실>

 

2022년 3월 9일이 지난 어느 날

춘분이 가까운 어느 날

봄바람 따스하게 불던 어느 날

하늘엔 지지배배 새들이 날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매화 이화 도화 행화

울긋불긋 찬란하고 화려하게 꽃피는 봄을 그리던 어느 날

도대체 말이 안되는 도저히 말이 안되는 기상특보

계절 지나간 시간 위로 폭설경보가 떨어지고

물기 가득 머금고 통곡하며 내리는 함박눈

절대 부러지지 않고 험한 세태 버텨내던

청청한 소나무 위에도 마구 쏟아졌다

망치로 때려도 부숴지지 않을 단단한 눈을 이고도

거뜬히 혹한의 계절 견디던 기개

돌덩이처럼 단단한 처세가 물먹은 함박눈에 어쩔줄 모른다

참고 또 참아내던 소나무 기어코 힘을 잃는다

나는 몰랐다 소나무가 부러질줄

북풍한설 모진 비바람 모두 견뎠는데

맥없이 부러지는 소나무

무참하게 부러질줄이야 소나무가 부러질줄이야

세한도에서 보여주던 그 단단한 자태 이렇게 허물어지느냐

거울이 마구 흔들려 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때

양아치들 손에 빼앗긴 저울

공평한 측정이 불가능한 시간이 마구마구 달려오는 수상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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