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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45] 리뷰: 김희재 & 최현아 피아노 듀오 파르티타 창단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4.27 08:20
  • 수정 2022.04.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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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단체 이름부터 파르티타라고 하니 바흐와 직빵으로 연결된다. 창단 연주회에 첫 곡으로 바흐의 <마태수난곡 모음곡>을 선택한 건 바흐에 대한 오마주이자 그들의 정체성을 표방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점 말고도 둘 다 바흐를 짝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친구 사이인 최현아와 김희재가 파르티타라는 피아노 듀오 결성까지 이르게 하였다. 4월 26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아투즈컴터니 주최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서 창단연주회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최현아(좌)와 김희재(우)

마이크를 들고 최현아가 무대에 등장하더니 정확히 12분간 1부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7시 43분이 되어서야 두 사람이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말 많은 연주회는 질색이다. 한국의 일반적인 독주회나 실내악 연주회는 지인, 가족, 학생 관객으로 인간관계상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음악회 방문 목적이 경조사와 같은 눈도장찍기에 있지 사람 말고 음악을 들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는 명분으로 음악가들이 마이크 잡고 이러쿵저러쿵 뻔한 이야기하는 거 듣고 있는 거 필자 입장에선 재미도 하나 없고 신기하지도 않고 곤욕이다. 옆 좌석의 아주머니처럼 별거 아닌 걸로 우와 하면서 맞장구치고 웃고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 필자의 사정도 이해해 달라. 물론 내일 또 음악회 가면 같은 장소, 같은 곡에 나만 빼고 관객은 또 다른 사람일 거니 같은 상황의 무한 반복이겠지만..... 각설하고 피아니스트 최현아와 김희재는 말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주, 음악을 통해 모든 걸 설득하면서 연주 자체로 그들의 뛰어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였다. 듀오 연주회지만 최현아 혼자만 무대에서 말로 풀어서 김희재가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연주만 듣고도 둘 다 바흐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곡에 대한 사랑, 더 나아가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하는 학구파 선생님형 피아니스트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혼자 강연을 한 최현아만 해박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수줍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김희재(보통 피아니스트들이 김희재의 모습이다. 최연아 같은 그 또래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10분 넘게 페이퍼도 없고 중언부언도 비교적 없이 홀로 10분 넘게 말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는 최현아에 비해 그러지 않다고 절대 단언할 수 없다. 그건 연주로 둘이 증명했다. 둘 사이의 우정에 입각한 진실한 연습 과정이 눈에 그려졌으며 내 영혼의 그윽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실함과 바흐를 넘어 오늘 연주한 스미트와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놀라우리만큼 완벽하고 정교한 호흡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니 더욱더 무대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이 곡을 아냐고 물어보지 말고(그럼 안다고 손들고 네~~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와줘서 그저 고맙고 혹시나 지루해하지 않을까 청중들에게 전전긍긍하지 말고 음악에 대한 헌정 그 그 자체로 설득하고 나아가라. 물론 대부분이 클알못인 국내에서 음악 하나만으로 다른 이들과 차별화를 이룬다는 게 고독하고 힘든 길인 거 너무나 잘 알지만 김희재와 최현아 두 사람은 영혼이 통하는 파트너 아닌가! 그런 동료가 있고 그런 동료와 같이 음악을 하는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자 큰 선물이다.

피아노 듀오 파르티타 창단 연주회 포스터

바흐는 독일이나 폴란드의 깊은 숲속 수도원에서 전기조명 끄고 촛불 하나만 밝히고 듣고 싶을 정도로 둘의 음색과 공명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스미트의 개인적인 불행과 무관하게 그의 <디베르티멘토>에서는 너무나 꿈과 동경의 사모가 천진난만하게 그려져 천재의 요절이 더욱 안타까웠다. 최현아 & 김희재에 의해 몰랐던 작곡가를 알게 되고 몰랐던 작품을 듣게 된 그 자체로도 큰 수확이었다. 앞으로 이들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곡들을 발굴, 소개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얼마나 연주하기 어려운 곡이요, 오랜 연습과 연마 과정이 필요한,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여야 하는지 아는 필자 같은 사람들은 이들의 노력과 완성도에 뜨거운 박수와 함께 경의를 표한다. 때론 바순이라는, 때론 잉글리시 호른이라는, 때론 타악기들의 입체적인 오케스트라 음형이 눈앞에 절로 펼쳐지며 자연 그대로의 태초의 집단 광기에 빠진 전라(全裸) 인간들의 희생제가 생생하게 그려지며 그들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그 자체가 말이 필요 없는 피아노 듀오 파르티타에 대한 최상의 공감이자 소통이다.

무대인사하는 피아니스트 최현아와 김희재

처음에는 그저 전형적인 피아니스트로 보이더니 프로그램 끝에 '글: 최현아'라는 단어도 발견했다. 아~~그녀가 프로그램까지 손수 적었구나.... 설명과 연주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왠지 4차원적인 예술가 기질도 보이더라.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에선 그래도 길지만 1곡만 해서 그런지 다행히(?) 6분 만에 말이 끝나고 8시 42분에 음악으로 돌입했다. 이러다가 몇 달 지나 피아니스트 최연아도 유튜브 방송한다고, 채널 개설하고 소통 강연한다고 나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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