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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33] 리뷰: 더보이스챔버콰이어 21회 정기연주회 '우리다시,기쁨의 노래를!!'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3.11 09:56
  • 수정 2022.03.1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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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영산아트홀

중앙대 음대와 세종대 대학원을 졸업한 지휘자 이병직의 강력한 리더십과 트레이닝을 통해 아름답고도 독특한 색채의 화음을 구사하는 합창단으로 성장한 The Voice Chamber Choir의 21회에 정기연주회가 3월 10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있었다. 찬양을 목적으로 2011년 창단 후 매년 활발한 연주회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던 중 갑자기 불어닥친 미증유의 코로나 여파로 인해 작년 한 해는 그대로 걷어내버리고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더보이스챔버콰이어는 연주회 제목만큼이나 그들이 얼마나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던 열정과 환희의 시간이었다.

더보이스챔버콰이어의 21회 정기연주회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찬송시 Magnificant(BWV243)을 부르기 위해 입장하는 합창단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노래는 입으로 부르는 건데 입과 코를 비말이 튀지 못하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연습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상태로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겠냐마는 어쩌겠는가!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그래도 이렇게 마스크라도 쓰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관객을 만날 수 있으매 감사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수많은 성악가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격리하면서 마스크 쓰고 노래 부르는 걸 거부하고 부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마당에 이렇게라도 무대에 선 그들이 멋지다. 분명 지휘자 이병직의 말마따나 단원들 중에서는 본인이 아니더라도 동거인이나 주변인들의 확진으로 인해 밀접접촉자나 자가격리자가 있었을테다. 우리 국민의 1/10이 코로나에 한번씩 걸린 마당에 오늘도 그런 사정들로 인해 함께 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을건데 이젠 더 이상 코로나에 잠식되지 않고 노래를 통해 스스로 힐링되고 용기를 북돋우면서 서로를 일으켜 세워 나가고 나가야 한다.

소프라노 이루다와 원이주의 맑고 고운 소리는 빛나는 대리석 기둥 사이의 시원한 분수가 청동 조개 속에서 흘러가는 소리를 낸다. 거기에 귀가 번쩍 뜨이는 성량의 베이스 문찬후를 거쳐 알토 특유의 두꺼운 질감의 강예나와 어려운 기교의 멜리스마를 안정적인 호흡을 바탕으로 억강부약한 테너 서구원까지 바흐의 찬양은 신에게 바치는 기도이자 이제 끝이 보이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달한 기쁨과 축복의 노래이다. 바로크 미사곡에 이어 한국 가곡 3개가 연달아 연주되니 확실히 분위기가 풀어졌으며 박지훈의 편곡한 김효근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전주와 간주에서의 영적이고 차분한 박혜진의 반주와 성부가 녹아들어가 다성 합창의 진가를 발휘한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의 한줄기였다. 2부는 한세대학교 합창지휘 박사과정에 있는 더보이스챔버콰이어의 소프라노 단원이자 부지휘자인 박민지의 데뷔 무대였다. 니콜라스 와이트의 'O magnum misterium'(오! 위대한 신비여)에서의 소프라노 백성미의 아름다운 후주와 크리스토퍼 틴의 라이언 킹을 연상하는 'Baba yetu'(주기도문)에서의 솔리스트 테너 김성진에서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무대에서의 포스가 범상치 않았다고 느꼈는데 프로그램 상의 합창단 총무 프로필 사진과 실재 모습이 너무 달라 알아볼 수가 없었는데 역시 합창단의 주축이라 할만하다 여겼다.

지휘자 이병직과 박혜진 반주자 그리고 특별출연한 로벤 스트링 콰르텟에 기악팀

합창단을 반주한 기악팀은 플루트와 오보에 그리고 트럼펫에 현악4중주와 팀파니, 오르간이라는 편성이었는데 그중 현악4중주팀인 로벤 스트링 콰르텟만 특별출연이라는 명목으로 독립된 스테이지를 가졌다.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1부의 한국 가곡 세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독교 찬양곡이었는데 그들만 음악회의 성격과 맞지 않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박쥐' 서곡을 연주하여 뜬금없었다. 그러고보니 음악회의 관객들은 대부분 합창단과 이래저래 얽힌 중장년이 대부분이었고 태반이 교회 사람들이었다. 합창단의 설립 목적이 찬양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집사도 아닌 장로님들이 주를 이룰 정도였다. 음악회의 피날레는 성가곡으로 관객들이 합창단원들과 함께 손뼉 치며 흥겨워하는 열린음악회 아니면 딱 교회의 회중 또는 부흥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비상업적인 공연의 지인 위주 관객들 중에는 여지없이 음악회 빌런이 있기 마련인데 오늘도 공연 중에 계속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는 老 마님과 하우스 어셔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런데 어차피 일가친척, 지인들, 부모님, 교회 성도들이 행사 참석차 와주신 음악회요, 저작권이나 초상권 위반도 아니요, 도리어 음악회 관계자들과 다들 아는 끼리끼리에 돈 내고 음악을 들으러 온 것도 아닌 자리 채워주려고 온 사람들의 돌잔치나 유치원 학예회처럼 SNS나 추억 보정용, 기록물로 사진 좀 찍겠다는걸 이제 그냥 풀어주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전의 크리스티안 치머만 같은 음악 감상을 위한 연주회도 아니요, 공연을 통해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요, 도리어 오신 분들에게 협찬받고 단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서 운영하고, 주최자가 비용을 지불해서 여는 잔치에, 평생 음악회를 가지도 않고 아는 사람 하니 와준 클알못들이니 말이다. 주최자나 관객들 다 상관 없다는데 왜 홀만 매번 그런 관행 아닌 관행을 강압적으로 집행하지... 성분도 모르고 검증도 안된 백신을 맞으라니 그저 맹목적으로 맞는 것과 똑같은 이치와 운영이다. 이런 클래식 음악회 에티켓을 만든 건 음악인들이요 공연의 주인공은 무대의 연주자와 객석의 손님인데 그들이 다 괜찮다는데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난센스가 따로 없다. 어차피 필자야 그들과 섞이지도 않고 속세의 번잡함이 더없이 싫어 멀찌감치 떨어져 않자 전체를 관망하지만 저작권, 초상권, 엄숙주의야 크리스티안 치머만이나 국립합창단에서나 적용되는거지 정말 노래가 좋아 하고 싶어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서까지 하는 전공자들에게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되는건 그냥 행정 편의주의에 족보 없이 굳어버린 관습에 불과한데 그러면서 무슨 저녁이 있는 삶이네 문화의 향기네, 대중화네 그런 소리를 떠벌이는r건지..... 더군다나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격려해주고 응원해 주라는 메시지가 관통하는 음악회에서 말인가! 오늘도 장천홀에서 청소년들이 협연하는 음악회에 가는데 거기 오는 관객들은 다르겠는가. 하긴 음악회를 가보기나 해야지 말이 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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