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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30] 리뷰: 아베끄 스트링 콰르텟 제8회 정기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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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5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불어로 '함께'라는 뜻을 가진 아베끄(Avec) 스트링 콰르텟의 8번째 연주회에서는 바이올린의 반선경이 빠진 대신 피아노, 더블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호른 연주자들이 함께하면서 현악3중주부터 7중주까지 다양한 편성의 실내악 작품을 들려줬다.

좌로부터 바이올린의 이석중, 비올라의 진덕, 첼로의 윤여훈, 더블 베이스의 조용우,호른의 김형주, 바순의 박준태 그리고 클라리넷의 김주현

오래간만에 입장부터 시원스럽고 개운하기 그지없었다. 2년 가까이 음악회를 오게 되면 QR을 찍고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는 번거로움에서 드디어 해방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10명 나올 때의 호들갑이 지금 15만명 가깝게 나오는 시기보다 더했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게 없고 방역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니고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정은경이나 손영래 같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회에 이 기간 동안 한번이라도 와 봤을까? 클래식 음악회, 특히 기악, 그중에서도 피아노나 현악은 여타 다른 콘서트와는 다르게 닥공하고 일체의 대화 없이 연주에 집중하는 감상이 중점인데 왜 공연장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에 뭉뚱그려 집어넣는가! 심지어 공연 하루 전날 당사자의 양해와 이해도 없고 일체의 보상도 없이 일괄적으로 공연장 폐쇄와 셧다운을 집행해 음악가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걸 똑똑히 기억한다. 그때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물러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음악인들에게도 문제가 너무너무 많긴 하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지인들 초대를 못한다니 아직까지 음악회 관객으로 와서 코로나 걸렸다는 사람은 듣도 보지도 못했다.

각설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홀가분하게(이제 제복 입은 사람이 제약을 안 하고 상대방 눈치를 안 보면 도리어 이상한 세태가 되어버렸다. 코로나를 통해 노린 게 이것인가?) 입장해서 첫 곡인 코다이의 <현악3중주를 위한 간주곡>을 들었다. 시작곡이라 워밍업이 덜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필자에게 합리화를 계속했지만 바이올린의 음정은 어긋났고 고음에서 심하게 흔들렸으며 그러다 보니 세 대의 악기 간의 밸런스가 면밀하지 못하고 미세한 파열이 지속되었다. 작년 10월 MEG 트리오에서 브람스를 연주한 첼로의 윤여훈은 올 1월 독주회에 가고 싶었는데 표가 매진되었다는 바람에 듣지 못하다가 오늘 다시 만난 첼리스트였는데 그가 튕기는 피치카토의 울림은 진하게 사방으로 풍겼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아베끄 스트링 콰르텟의 제8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슈만 피아노 4중주에서는 피아노의 박진우가 가세했다. 특히 1악장에서 열정과 행복에 충만한 슈만의 다채로운 면모를 여과 없이 입체적으로 그려나갔다. 숨 가쁘고 박진감 넘치는 2악장의 스케르초에서는 조금만 더 정교했으면 좋았을려만... 아폴론의 화살처럼 백발백중이 아니라 쏜 화살이 조금씩 과녁에서 빗나갔다. 3악장의 그 유명한 첼로의 선율에 이어 앞의 코다이에서와는 다른 섬세하고 여리면서 뻗어나가는 소리의 바이올린 이석중과 앞의 첼로 선율이 진덕의 비올라로 반복되는 끝부분의 부드러움은 일품이었다. 하지만 셋의 중간부 앙상블은 산만했다. 확실히 개개인의 기량은 탁월한데 그들이 하나의 전체, 앙상블로 합을 이루었을 때는 완벽한 조화와 일치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

흥겨운 사교 파티 후의 작별인사

하나의 사교 파티인 베토벤의 7중주에서는 곡의 성격과 목적에 부합되게 연주자들의 유희이자 아베끄 스트링 콰르텟의 이름처럼 '함께' 즐기는 유흥이다. 바이올린은 늙고 탐욕적이지만 왕년엔 잘 나갔던 늙은 백작이요 비올라는 패기만만하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시골에서 올라온 의대 수련생이다. 클라리넷은 그런 남자들에게 계속 추파를 던지는 말괄량이 귀족 아가씨요 바순은 불안하지만 뭔가 이런 자리를 통해 만남을 주선하려는 속물적인 그녀의 어머니다. 여기에 학자 풍의 부르주아 지식인 첼로가 가세하고 호른은 집사이며 더블베이스는 파티의 호스트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가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함께 그려지면서 같이 즐기고 연주한다는 합주의 의미와 즐거움을 여실히 증명시키는 작품에 베토벤 당시 궁중 무도회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김주현의 클라리넷은 명료하고 생기발랄하였으며 바순의 박준태와의 조합은 시종일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베토벤을 통해 구현된 19세기 한복판의 큰 덩어리의 '대중'의 흥겨움이 고조되면서 파티는 마무리되었다. 작은 시골마을 본의 23살 청년이 당대 최고의 도시이자 음악 중심지인 빈에 입성, 빈 청중의 음악적 취향과 기호에 맞춰 입신을 이루어 냈다. 하물며 7중주 3악장이 인기를 끌자 나중에 자신의 20번 피아노 소나타 2악장(OP. 49)에서 재탕까지 했다. 베토벤의 절차를 따라 오늘의 7명의 남자들도 승리의 대로를 '함께' 꾸준히 걸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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