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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26] 콘서트 프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해방'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2.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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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래! 이래야지 콩쿠르를 한 의미가 있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애프터서비스가 없는 단발성 행사가 음악계에 무슨 도움이 되고 영향력이 있겠는가! 그저 했다는 공치사에 불과하고 실적 내는데 급급한 거지... 콩쿠르를 마친지 불과 3개월여만에 발 빠르게 콩쿠르 우승자에게 정식으로 무대를 제공하고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다니! 역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답다. 작년 2월도 코심은 바빴다. 신진 작곡가들의 창작곡을 초연하고 생존한 기성 작곡가들의 오케스트라 곡을 재연하고 지휘자로서 여정을 출발하는 젊은 마에스트로와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하는 등 '새로움'을 선도하더니 올 2월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바쁨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지난 KSO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인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데뷔무대

2월 17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코심의 연주회는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이자 오케스트라상을 거머쥔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한국 데뷔 무대다. 이번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떠오르는 밝은 빛’을 연상한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은 무언가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그 찰나의 감흥을 관객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무언가보루터의 해방은 무엇일까?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이 들려주는 곡은 3개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그리고 시벨리우스의 장대한 교향곡 2번 사이에 임영진 작곡가의 창작곡 <상한 갈대, 꺼져가는 등불>이 끼어 있는데 곡들 사이에서의 뭔가 해방이라는 주제로의 음악적, 문헌적 연관성은 찾기 희박하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코심의 역작에 주목해야 한다. 2014년부터 상주작곡가 제도를, 코리안심포니의 차세대 작곡가 육성을 위한 중장기 지원 사업인 '작곡가 아틀리에'를 추진해 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1기 작곡가 5인의 창작곡 오케스트라 리딩을 작년 11월에 동시에 진행했단 점이다. 오케스트라 리딩은 작곡가들의 골방에서 피어난 상상 속의 음표들이 실연주자를 만나 생명력을 부여받는 첫 순간이다. 단순히 오케스트라가 악보를 훑어 곡의 골자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 즉 실연자들의 의견이 더해져 창작곡이 관객 앞에 오를 수 있도록 수정, 확장되는 공동창작 행위로 작곡가에겐 너무나 소중한 배움과 성장의 시간인데 작년 1기로 임영진, 전민재, 전예은, 위정윤, 정현식이 작품 구상부터 완성까지 8개월 동안 작업한 개성 강한 5개의 창작곡을 코심이 만져주고 어루만져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중 이번에 리딩이 아닌 정식 발표되는 임영진의 <상한 갈대, 꺼져가는 등불>은 누구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보편의 위태로운 순간을 다루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를 커다란 두 대의 스피커로 상상한 그의 작풍이 흥미롭다. 이에 대해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은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가 연상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으로 폭발적인 합주 후 양극으로 확장되어 침묵으로 침잠되는 그 순간이 청중에게 많은 질문과 영감을 건넬 것”이라고 전했다.

작곡가 임영진, 사진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년 만이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김두민을 다시 만나는 게. 그때는 그나 필자나 모두 학생이었는데... 김두민이 필자의 모교가 있는 뒤셀도르프 도시의 심포니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올지 몰랐다. 그리고 시벨리우스의 고국인 핀란드의 정서와 풍경을 깊게 담아낸,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차고 뜨거운 애국심이 고취되는 민중의 함성인 교향곡 2번이 이어진다.

첼리스트 김두민, 사진제공: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는 음악의 근간인 연주자-작곡-지휘 세 분야의 미래 육성에도 앞장서며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교육하는' 코리안심포니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작곡가 육성을 위한 '아틀리에', 전 서계를 무대로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KSO국제지휘콩쿠르' 등을 기획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맡은 아르코창작음악축제의 창작곡 발표회다. 어찌 보면 눈앞에 보이는 하등의 이득도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에 지칠 수도 있지만 이런 괴로움과 창작의 고통, 미지의 길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남이 알아주든 말든 무소의 뿔처럼 걸어가는 묵묵함에 맞이하는 구속이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해준 무아에서의 자유로움이야말로 진정한 해방이지 않을까! 그런 속세에서의 탈출로 음악적 해방감을 맞볼 코리안심포니의 2월 17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연주회가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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